때때로 인생이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질 수 없고, 엉뚱한 것이 주어지는데 심지어 후자가 더 매력적일 때도 있다. 그렇게 난감한 행운의 패턴이 삶을 장식하는 것이다. 물론 매력적인 후자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최초의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고. - P90

재화는 온갖 걸 신경써야 하는 게 슬퍼졌고, 슬프니까 진한 녹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다. 그놈의 짜장 때문에 메슥거려서 먹을 수 없으니 더더욱 딱딱할 정도로 진하고 단맛은 안 나는 녹차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이건 어른의 맛이야 라고 느끼면서 천천히 먹을 수 있다면…………스스로가 그런 초록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맛은 안 나는 초록색. 언젠가 용기도 그런 얘기를 했었다. 초록색 아이스크림 같다고, 아마 욕이었던 듯하지만 말이다. 녹차가 아니라 다른 맛이었는데 뭐였더라? 전화해서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용기에게 전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보안 시스템을 싸게 좀 설치해달라고 할 수 있는 뻔뻔스러움이 있었다면 인생이 쉬웠을 것 같았다. 초록색이 아니었거나, 초록색이라도 초콜릿 칩 정도는 들어 있었을지 몰랐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