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화의 눈을 기억한다. 아주 검은 눈. 막이 하나 씌워져있는 것 같았다. 가끔 그 막이 두터워져서, 재화의 안을 전혀 들여다볼 수 없었다. 불법 선팅 차창처럼 바로 옆에 용기가 있는데도 초점이 어긋났다. 용기는 운동할 때 지르는 함성으로 재화를 놀라게 해서, 다시 곁으로 돌아오게 하고싶을 때가 있었다. 어디를 보는 거야? 나를 보라고 이렇게 커다란 내가 있는데 어째서 나를 보지 않아. 재화의 작은 머리 안에서 끊임없이 가장자리가 확장되어가는 어둡고 무서운 세계를 용기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느끼고 있었다. 180대 후반에 육박하는 럭비팀 울브스Wolves의 등번호 4번 록Jock이었던 용기였지만, 그때만은 길잃은 아이처럼 작아졌다. 재화와 헤어지고 나서 재화가 글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제야 조금, 재화가 침잠하거나 부유할 때 어디에 가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지만. - P48

인생이 테트리스라면, 더이상 긴 일자 막대는 내려오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좋아질 리가 없다. 이렇게 쌓여서, 해소되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안고 버티는 거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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