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문득 어려웠던, 정말 역경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전 여자친구가 떠올라 몸서리를 쳤다. 도무지 안고 있을 때도 안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상대였다. 만지고 있을 때에도 만져지지 않았다. 피스타치오인지 피스타키오인지, 그런 알 수 없는 초록색 맛이 나던 여자애 여전히 그렇게 혼란스럽게 곤란한 인간일까? 어딘가 나사가 빠졌던 건지, 도무지 똑바로 직선적으로 말하는 법이 한 번도 없었다. 표정도 늘 떨떠름한 초록색이었다. 용기가 미세한 감정을 읽는 데 능숙한 편이 아니긴 했지만, 다른 누구여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미로도 그런 미로가 없었다. 부비트랩이 가득한 미로 같았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하지, 그땐 어떻게 그걸 연애라고 했었는지 몰라. 껄끄러운 거리감을 지우려고 이를 악물고 애썼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자, 지금의 만족감은 축복 같았다.
잠든 여자친구를 꼭 껴안았다. 지금 이대로 계속 흘러가줘. 쉽게 휘지 말고 똑바로
"절대로 초록색 아이스크림 따위는 되지 마." - P27

"이기고 지는 문젠가? 어리다며?"
"새파랗게 어려, 경단 같아."
"경단? 떡 말하는 거야?"
"응. 하얗고 동그랗고 포슬포슬해."
"귀엽겠네."
"너는 너는・・・・・・ 파이팅이 없어. 그거 문제야."
"에이, 이길 생각도 없고 어떻게 이겨. 젊고 똑똑하고. 요즘 회사에 고무줄놀이도 한 번 안 해본 애들이 들어오는 거알아? 뭐하고 놀았냐니까 킥보드 탔대. 킥보드 세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어."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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