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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 수면, 건강, 삶에 혁명을 불러오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서
러셀 포스터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10월
평점 :
“당신은 왜 쉬어도 늘 피곤한가?”라는 문장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생체시계와 수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과 양질의 수면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다. 책 자체는 두껍지만 각각 분량이 많지 않은 14개 챕터로 나뉘어 있어 부담은 없었다. TED 880만 뷰를 달성한 강연자의 책답게 내용도 쉽고 재미있다. Q/A와 자신의 생체시계(크로노타입)을 알 수 있는 부록까지 알차게 수록되어 있다.
여러 연구와 실험 결과, 과학적인 사실들에 대한 설명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게 좋다. 잠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부디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생체리듬이라는 신생 과학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과학을 자신의 건강, 행복, 안녕에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p.26.)는 저자 러셀 포스터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적용하고 싶었던 부분을 추려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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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지 않으면 불안해서 이것저것 욱여넣는 일상이 디폴트 값이 되었다. 그런 나를 보고 최근 한 선배는 네가 물컵이라면 넘치기 직전의 찰랑거리는 상태인 것 같다고, 물을 좀 덜어내라는 조언을 건넸다. 실제로 지금 나는 대학생 때와 다름없이 잠을 줄여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 가족에게, 연인에게, 그 밖에도 내가 속한 여러 곳에 책임을 다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맡은 일들을 꽤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가장 먼저 잠을 포기한다.
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위의 문항을 읽고 한번 스스로 진단해 보시길. 지금 나는 최소 6개가 해당된다. 사실상 매일 피로감에 시달리는 상태인지라, 정도가 약하긴 해도 짜증, 공감 능력 저하, 충동적 행동, 불안 등의 감정을 자주 맞닥뜨린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내 생체리듬을 알지 못한 채 여러 요구에 맞추며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맞추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정의 화목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잠을 줄이는 게 가장 간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잠을 줄이면 무리 없이 이 모든 것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이미 생활 속에서 여러 번 경험해 봤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 당장은 둘 다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축적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는 격이다.
자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다양한 회복이 일어난다. 대사 경로의 회복, 부정적인 감정 처리, 뇌의 정보 저장 등 수행 능력과 건강 유지에 필수적인 다양한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집중력, 기억력, 판단력은 충분한 수면을 통해 회복된다. 반면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일주기 리듬이 교란되어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많은 비극적인 사건은 수면 부족으로 일어난다. 교통사고, 원전 사고, 해양 기름 유출 등의 여러 사건이 이를 보여준다. 이뿐인가, 수면 부족으로 인한 불쾌감과 능률 저하는 일상에서도 자주 경험한다. 부족한 수면이 가져오는 결과는 아래의 표에 상세히 정리되어 있다.
수면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 부분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SCRD(수면 및 일주기 리듬 교란)이 계속될 경우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의 수치가 상승하면서 삶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이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어 결국 수면을 방해하는 되먹임 고리가 발생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이유는 몸을 투쟁-도피의 반응을 하도록 준비 시키기 위함이다. 이런 상태는 위급한 상황에 도움이 되지만 문제는 장기적 스트레스 상황이다. 응급상황에서 발동되는 이 투쟁-도피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 몸은 계속해서 위기 상태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그 상태로 살아가다가는 결국 어딘가 고장 난다. 책에서는 이를 기어 1단으로 계속 달리다가 엔진이 고장 나는 것에 비유했다.
수면에 대한 인식 전환에 대해 저자의 재치 있는 의견이 마음에 들었다. 교육을 통해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이제 흡연자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처럼, 수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거다. 밤샘근무나 잠을 줄여 공부했다는 것이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라, 도리어 경멸의 대상이 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제 내게 갓생은 이것저것 모두 챙기기 위해 잠을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좋은 잠을 자서 좋은 컨디션으로 내가 할 일을 수행하는 삶이다. 잠을 포기해가면서까지 무언가를 하는 건, 정말 긴급할 때가 아니고서야 최대한 피하는 무리하지 않는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좋은 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위의 도표를 참고하면 된다. 각 항목에 대한 설명은 책에 더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루틴을 지키려는 강박에 사로잡히면 또 안되겠지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항목들은 적용해 보려고 한다. 지금 내게 필요하면서도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행동은 아침 빛을 많이 쬔다거나, 자기 전에 걱정이나 부정적인 생각보다 기분 좋았던 일,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는 거다. 삶을 전부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기에 상황에 따라 매일 충분한 잠을 자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도 이제는 몸이 계속 위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내 상태를 진단하고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인지하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간극은 꽤 크다.
일주기 리듬을 회복했을 때 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잠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더 좋은 잠을 위해 기꺼이 노력할 수 있다. 또 진심으로 주변 사람을 위한다면 더더욱 잘 자야 한다. 그러고 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잠을 푹 잤으면 한다는, 그게 자신의 사랑이라는 아이유의 말이 생각난다. 그런 마음을 담아 <밤편지>의 가사를 썼다고 했다.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 공부나 취준 등으로 잠을 줄이고 있을 수많은 주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아끼는 모든 이의 단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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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좋았던 내용 정리
-일주기 리듬은 ‘빛’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빛을 감지하지 못할 경우 일주기 리듬에 혼란이 와 수면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때 새벽과 저녁 빛이 중요한데, 아침 빛은 생체시계를 앞당기고, 저녁 빛은 늦춘다. 아침에 충분한 빛을 쬐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저녁 빛을 많이 받아 생체시계가 늦춰진다. 결과적으로 취침 시간이 늦어져 또 피곤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취침 전 전자기기 사용이 블루 스크린 때문이 아니라 뇌를 각성시키는 행동 때문에 좋지 않다는 사실. 앞서 말했듯 수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빛’이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가지고 수면 실험을 해본 결과, 전자책에서 방출되는 빛은 31럭스, 책은 1럭스 정도였는데,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10분 미만으로 늦춰질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각성되는 뇌다. 늦은 시간에 컴퓨터 게임, 이메일, 소셜미디어 활동을 할 경우 뇌가 각성되어 수면에 지장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음 날 피로로 인해 수행능력이 저하된다는 거다. (p.91.)
일주기 조절에 영향을 주는 빛은 최소 100럭스 이상이고 야간 근무자들에게 유의미한 생체 시계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5000럭스의 빛이다. 그러니까 결국 새벽/저녁의 빛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고 보면 자연의 빛은 정말 신비롭다. 우리의 수면에 이토록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니. 생활패턴상 대부분 실내에 있어 햇볕을 쬐는 시간이 적은데, 조금이라도 빛에 노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잠은 스위치가 꺼져있는 상태가 아니라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상태다. 한 번도 깨지 않는 통잠이 가장 좋은 수면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수면 도중 두 번 이상 깰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번 각성하는 다상 수면도 비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무엇보다 밤에 깨어났다고 해서 수면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잠들기 위해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SNS를 보는 등 뇌를 각성시키는 행동만 피한다면 금세 다시 잠을 잘 수 있다.
-아침형 인간은 인구의 고작(혹은 무려) 10퍼센트라고 한다! 위안이 되는 이야기다. 한동안 미라클 모닝 열풍이 불면서 도전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살짝 절망했기 때문이다.
-밤에는 면역력이 떨어진다. 이 또한 생체 리듬과 관련 있다. 사회 활동을 많이 하고 타인과의 접촉이 잦은 때에는 감염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밤에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면역계가 24시간 작동될 경우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과도한 면역 반응에 대한 위험을 막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밤에 근무하는 직종은 위생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겠구나 싶었다. 물론 밤샘 근무하는 직종이 없어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