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 드립 1 - 지유가오카, 카페 육분의에서 만나요
나카무라 하지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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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길 잃은 사람이 자신이 서 있능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장소.
자신이 돌아갈 곳을 언제든지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를 조용히 떠올리게 해주는 장소.
그리고 진열대에 놓인 많은 선물들이 가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장소. / 315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별을 관측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 육분의란다, 거기에서 이름을 딴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카페 육분의,

카페 육분의에는 선물 진열장이 있다,
하지만 선물의 주인이 없는... 마음에 드는 선물이 있다면 누구든 가지고 갈 수 있다,
단 선물을 가져간 사람은 그 가치에 상응하는 선물을 진열대에 남겨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꿈과 부모의 절대적인 반대라는 현실에서 방황했던 준의 만년필
아들의 꿈을 위해서 자신의 꿈을 내려놓은 간 씨의 낚시 릴과
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아버지의 가게를 이으려는 미나토의 색소폰이 진열대에 놓이기까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들이 오고 가며 진열대의 선물들은 그만큼 가치를 빛낸다,


 
아르바이트생 지마는 그 진열대의 선물 중에 파란 리본이 달린 수제 종이 집 모형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마가 육분의에게 일하는게 우연이 아닌 것처럼, 괜히 지마의 눈에 띄인게 아닌가 보다, 지마가 왜 육분의에서 일하게 되었으며 진열대에 올려놓은 그녀의 브로치에 얽힌 사연이 재밌었다,

사실 지마의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준, 간 씨, 미나토의 에피소드에서 나는 전혀 감동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게 번역 탓인지 라이트노벨이란게 만화를 소설화한...
그러니까 소설을 읽는다기 보다는 만화의 한컷 한컷을 설명을 듣는 느낌이랄까;;;;

나는 바닐라라떼를 좋아해서 언제나 바닐라라떼를 주문하고 그 바닐라라떼 하나로 그 카페를 평하기도 하는데, <코코로 드립>을 바닐라라떼에 비유하자면, 얼음이 가득해서 달달함이 싱거워져버린 바닐라라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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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제의 이미지 잉글리시
김도영.김석영 지음 / 넥서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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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아이에게 영어책을 읽어주었을 때 일이다,

세살밖에 안된 아이라서 거창하게 읽어줄만한 책도 아니었고 정말 기초적인 영어가 들어간 그림책이었다, 단어 하나하나 영어로 읽어주고 있는데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작대던 남편이 한다는 소리가 아이에게 영어 읽어줄때는 영어 어플로 들려주면 안되냐는 거다,


왜? 내 발음이 그렇게 후지냐고 물으니까 그냥 웃고마는데 그 웃음이 더 기분 나빠서 ㅋㅋㅋ ㅜㅜ

나도 내 발음이 썩 좋다는 생각은 안해봤지만 이게 아이와 관련되기 시작하니까 생각이 많아진다, 아이도 나처럼 후진 발음을 일찍이 갖게되면 어쩌나 하는;;;;


그런 고민하던 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는데 <김형제의 이미지 잉글리시>라는 책이다,

예전에 졸라맨 그림으로 도배되어 나온 영어책처럼 이미지로 영어 공부하는 책인가 보다 했다,


 

일단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익살스러워 보여서 내 취향에 맞아 좋았다,

그리고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영어보다 뭔가 확 줄어 보여서

영어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데도 한덩이처럼 보여서 읽기가 좋더라는 것!


이런걸 보면 우리가 그동안 배운 영어는 입시 영어에 불과하구나 싶은 ㅜㅜ

김형제가 책 '서문'에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영어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원어민이 잘 쓰지도 않는 영어를 문법 그대로 쓰려고 하다보니

정작 원어민 앞에서는 어버버- 대는게 많은 것 같다,


<김형제의 이미지 잉글리시>는 그런 한국인을 위해 원어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익살스러운 그림과 함께 네이버 포스트에 꾸준히 올려 화제가 되면서 이번에 책으로까지 펴낸것 같다,



 


 


영어 발음을 한글로만 읽어도 원어민 발음처럼 말할 수 있다고 하더니만

하ㅜ매니 ㅃ랜ㅈ알ㅠ위ㄷ?

이거 어떻게 읽는건가요?? ㅋㅋㅋㅋㅋ ㅠㅠ


한글이 한글로 보이지 않아서 완전 당황했다,

이걸 어떻게 읽어? 읽을줄 알아야 영어가 되지 않나 했는데,

영어를 읽고 한글을 읽다보면 희안하게 내 영어 발음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스스로 교정해가며

영어를 읽게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무조건 한글을 먼저 읽을 게 아니라 영어를 읽고 한글발음과 비교하다보면

원어민발음처럼 말하려고 애쓰고(?) 있더라는 것,ㅎㅎ


 

그리고 페이지 하단에는 실제로 포스트에 연재할 때 궁금했던 학습자들의 질문이 담겨 있어서

좀더 깊이 들어가거나, 몰랐으면 원어민 앞에서 창피 당했을만한 문장들을 알수 있어서 빠짐없이 보게 된다,


영어 공부 좀 하자, 해서 그동안 사놨던 책이 몇권이던가?

그런 책들 중에 중간 이상까지 읽었던 책은 또 몇권이던가?

그것만 따져 생각해 봐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본 <김형제의 이미지 잉글리시>는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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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
카트린 레퀴예 지음, 김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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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아이들이 어떻게 '경이감'을 느낄 수가 있어?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아는 '경이감'은 무언가에 대한 신비로움 같은 것인데, 그런걸 아이들이 느낀다고?

<경이감을 느끼는 아이로 키우기>에서 말하는 '경이감'은

주변에 둘러싸인 자연스러움을 스스로 이해하는데 있다고 한다,

즉,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경이감'이라고 정의한다,


아주 어린 아이에게는 복잡한 동화가 아니라 단순한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하다.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곱 살 아이는 동화 속 페리코가 문을 열고 들어가 용을 발견할 때 감동하지만

세 살배기 아이는 페리코가 문을 열기만 해도 감탄하고 난리가 난다. / 44


돌이켜보면, 정말 말도 안되게 단순한 것에 끼악- 소리 지르며 좋아하던 아이가 떠오른다,


지금의 내 아이는 세살이다, 이제 곧 두돌을 앞뒀다,

말을 하려고 떠들어대기 시작했고, 엄마 말을 곧잘 알아듣는다,

그래서 '아기'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곤 한다,


말 안 듣는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

엄마 앞에서 고집 피운다고 등짝을 후려칠 때도 있다,

한참을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를 보면,

아직은 '아기'인데,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 자책감이 밀려온다,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이다! 절대로 미완성된 불완전한 어른이 아니다. / 169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지 않았던 내 모습을 콕 꼬집어낸거 같아 얼마나 뜨끔했는지;;

이 책은 18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인데도 페이지마다 엄마라면 새겨듣고 알아두어야 할 부분들이 많다,


- 아이들의 시간은 어른들의 속도와 다르다는 것,

- 아이의 교육 과정은 아이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엄마와 교사는 단순히 조력자일 뿐,

- 대뇌를 포함한 신경계가 끊임없이 발달하는 때가 0세~3세까지므로 이 시기에 감각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 생애 발달 초기에 많은 감각 자극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엄마(또는 교사, 보모)와의 상호작용,

- 아이를 과잉자극이라는 상황에 계속 노출시키지 말 것,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스스로 리듬을 발견하게 할 것,

- 우리가 바꾸어야 하는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아니라 자녀들의 교육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에게 '정상적인 환경'과 '최소한의 자극'을 주라는데 있는 것 같다,


뉴스를 보며 학교와 학원에 치여 어른들 보다도 바쁜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는 그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어느새 우리 아이 손에 영어책을 쥐어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온갖 정보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라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tv 시청을 멀리하고 휴대폰을 손에 쥐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의 손을 뿌리치지도 말고 뭐라고 떠들어대는 아이의 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도 tv와 휴대폰을 멀리 둘 필요성을 느낀다, 아니 그래야겠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혼란스러움을 많이 느끼는 엄마라면 육아서를 자주 접하는게 좋은 거 같다,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아니지만, 육아서를 읽다보면

아이에 대한 엄마로서의 행동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

문장 중에 < > 괄호 표시 때문에 읽는데 거슬리네요;;

없어도 의미있게 들려올 만한 글인거 같은데 과한 친절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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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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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아서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뭐든 자기 방식대로 살아온, 아니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그래서 삶을 바꿔 살아왔던 리오노라 쇼에게 한통의 메일이 날아온다, 10년 전 절친처럼(?) 지냈던 클레어의 싱글파티 초대장이다, 그일이 있은 후 지금껏 연락 한번 없던 그녀와 노라였다, 노라는 클레어가 꼭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그녀의 부신부이자 싱글파티의 주최자인 플로의 간절해 보이는 답장 때문에 친구 니나와 함께 싱글파티에 참여하기로 결심한다,

 

노라는 나방을 유혹하는 전등 불빛과 같은 통유리로 된 별장에서 싱글파티에 참여하는 클레어와 그녀의 친구들을 마주한다, 클레어를 신처럼 찬양하는 듯한 수다스러운 '플로', 대학교 동창이라는 6개월 아기 엄마인 '멜라니', 극작가 '톰'과 클레어의 친구이자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의사 '니나', 자신을 포함해 여섯이다, 과거의 인기 많았던 클레어를 생각하면 간소한 숫자다, 뭔가 찜찜하지만 그보다 구석구석 다 보이는 인형의 집 같은 통유리 별장이 더 거슬린다, 검은숲에서 두눈 시퍼렇게 뜨고 누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느낌이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어디선가 봤던 등장인물, 싱글파티라는 흔한 설정이어서 초반에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노라가 이야기 초반부터 얘기하다가 마는, '10년 전 그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었고, '그 일'과 싱글파티가 어떻게 연결이 될까, 궁금해하며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읽는데, 싱글파티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플로가 엽총을 발사하는 그 순간부터,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스릴러는 역시 뭔가 빵 터져줘야 맛이 들기 시작한다,


뇌를 겨우 집어 넣어 꿰맸을 정도의 사고를 당한 노라는 병실에 누워 조각난 퍼즐을 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조각난 퍼즐을 하나씩 맞출수록 엽총에 그 시커먼 물체가 왜 쓰러졌는지, 연락이 끊겼던 클레어가 왜 싱글파티에 자신을 초대했는지, '10년 전 그 일'이 싱글파티와의 연결고리가 맞춰질 즈음 반전이 드러난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출간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의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배경이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영화를 휠씬 좋아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와 감독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정된 공간이라서 표현해야 하는 것도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사실 거기서 거긴데, 맛있게 어떻게 쓰느냐 마냐로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녀가 펼쳐낼 앞으로의 얘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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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양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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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우유라도 데워드릴까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가만히 속삭인다. "그쪽은 내 딸을 닮았네요." 나는 고개를 들고 엄마의 성근 흰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한다. "엄마, 맞아요. 제가 엄마 딸이에요."/ 21


고작 대여섯 페이지를 읽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나이를 이만큼 먹어서인가, 요즘 트렌드가 이런건가, tvn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도 가족에 대한, 부모와 자식간의 감성을 툭툭 건드리고 있는데 룽잉타이의 <눈으로 하는 작별>까지 읽고 있으니 요즘 눈물 쏙 빼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날엔가, 엄마에게 전화와서는 엄마가 요즘 통 기억이 없다라고 말할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워낙 일 아니면 집에서 잠을 자는 엄마라서 신문이고 책이고 뭐라도 읽으라고 갖다줘도 눈이 좋지 않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데

엄마는 딸이 혼자서, 혹시나 엄마가 나를 잊어버리면 어쩌나 눈앞이 캄캄해지는걸 알고 있을까?


죽을 끓이는 걸 배운 적 없어요? 선생님은 왜 배우지 않았나요? 라고 묻는,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청소 도우미 헬렌과의 에피소드는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도 그녀의 질문에 내가 다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내 딸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먼저 떠나버리면 어쩌지? 하고 하루에도 열두번, 나이 먹고 아이를 낳아서인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엄마를, 땡깡만 늘어난 딸은, 알 턱이 없겠지;

 


<눈으로 하는 작별>은 타인과의 작별이 아닌 가족과의 작별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먼곳으로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기만 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치매에 걸린 엄마와의 담담한 일상과 나는 이제 아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와의 에피소드들이 한데 어울려 때로는 코끝을 찡하게 만들거나 '노래기'에 관련된 에피소드나 전립선이 목에 있는줄 알았다던 그녀의 친구의 말에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미 타이완에 들어와 살고 있는 중국인들을 '본성인'이라 부르고 피난길에 모든 것을 잃고 타이완에 들어온 사람을 '외성인(난민)'으로 불리는 등 중화권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알게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횡단보도 앞에 설 때면 아버지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내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그때는 더 직접적으로 당부했다. "저도 이제 오십이에요. 길 건널 때 손 잡지 마세요" 역시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횡단보도 앞에 설 때 내 손을 잡는 버릇은 바뀌지 않았다. 짧고 뭉툭한 아버지의 손이 무척 따뜻했다.

어느 날, 다리가 길고 늘씬한 청년이 대낮 큰길에서 나에게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저도 벌써 열여덟 살인데, 이젠 그만 제 손을 붙잡고 길을 건너려는 충동을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 멈춰 선 나는 그대로 눈물을 쏟았다. 도무지 멎지를 않았다. 아들이 창피한지 성큼성큼 혼자 건너편으로 가더니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고는 제 발끝을 노려보았다. / 286 


<눈으로 하는 작별>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부모와 나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내 딸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차갑게 내치는 자식의 손이 야속하면서도 동시에 나도 부모에게 그래왔다는 것, 거기에 더해 내 아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품을 떠날 꺼라는 것, 인생이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것, 그래서 순간순간을 헛되지 않게 소중하게 보내야 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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