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런 일이, 결국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되어버리는 일이, 일생의 가장 기쁜 순간씩이나 되는 그런 삶은 결코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그녀의 금색 봉
난 내 팬티만 빨면 돼. 그건 팬티 한 장만큼 가벼운 일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무명아기를 보며 해수가 느꼈을 순도 높은 감정과 내가 얼핏 느낀 이질감 사이의 간극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 간극만큼이나 다르게 자라왔고 다르게 살아가도록 예정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나는 어딘가에 있을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그녀가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는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