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나만의 여행을 떠난다. 당일치기일 때도 있고, 몇박을 하기도 한다. 엄마가 된 후에 더 소중하고 절실한 여행이되었다. 아이를 낳으면 (당분간) 모든 시간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이 들기 전까지 ‘엄마‘라는 제2의 직업을 수행해야 한다. 주말이나 휴가도 엄마에겐 쉬는 시간이 아니다. 오늘 그냥 두면 상할 냉장고 속 음식 재료들, 식구들끼니, 숙제 안 하고 놀고 있는 아이가 눈에 밟힌다. ‘엄마‘와 ‘아내가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에서 오롯이 나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매일 잠들기 전 오늘 얻은 교훈 세 가지를 기록하는 습관을가져 보면 어떨까. 1년이면 1095개의 교훈을 얻게 된다. 3년이면 3000개가 넘는 교훈이 쌓인다. 삼천배 할 체력은 없어도 교훈 3000개를 적어 보는 정성쯤은 들여야 득도의 경지에 오르지않을까?
리더의 역할은 사람을 다루는 것이다.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고, 서로 맞는 멤버들로 팀을 구성하고, 부딪치는 멤버들은 가능하면 안 부딪치는 일을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서 리더 기질이 강한 사람이 있고, 보조하는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혼자 일해야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룹으로 일해야 잘하는 사람이 있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모여서 일하는곳이 회사다.
좋은 인재를 얻지 못하는 것, 좋은 인재를 놓치는 것, 좋은 인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회사에 큰 손해다. 더 나아가 그런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손해다. 좋은인재는 꼭 우리 팀이 아니더라도, 우리 회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사회에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챙겨야 사람이 성과를 만든다. 비대면 사회에서 놓치기 쉬운, 사람의 냄새, 사람의 목소리, 사람의 감정그 안에 답이 있다.
소비자 심리를 연구해서 제품을 만드는 나는 직업상 내 경험이 일반화의 오류로 넘어가지 않도록 극도로 경계한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순간 제품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현업에서 윗사람들에게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내가 사용자로서 아는데 말이야……‘, ‘우리 애가 써 보고 그러는데……‘ 등등, 자신이 일반사용자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이 어처구니없는 그룹이 제일 골칫덩어리다. 자신이 일반 사용자라고 생각하는 구글 직원들도마찬가지다.
우린 너무 쉽게 다른 이를 판단한다. ‘너 정도면 감사한 줄 알아‘, ‘그건 창피한 것도 아니야‘, ‘그건 고생 축에도 못 껴·이런 말들. 우주로 나가떨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라면 절대 그치지 않을 듯한 지구인들의 평가질, 하지만 사람마다타고난 배포가 다르고, 감수성의 농도가 다르고, 상황을 분석할
지력도 다른데, 그 누가 나의 고통을 ‘그까짓 것‘이라고 말할 수있단 말인가. 더 웃긴 건 그러다 결국 못 견디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나가떨어지면 그제야 ‘괜찮아……‘ 라며 위로한다. 이 망할 지구인들!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고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내가 숙제를내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며칠 동안의 과정이 영어 점수 조금 잘 받는 일보다 몇 배는 값진 공부라고 믿는다. 사랑하는 나의 딸이 아름답고 단단한 사람으로 크길 응원한다.
스무 살 즈음 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가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 어른들은 말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살라고, 안전한 길로 가라고, 주변과 발을 맞추라고, 혼자 튀지말라고, 이젠 제법 어른의 나이가 되었는데, 글쎄. 무얼 그리 무서워했나 싶다. 앞서 걸은 사람들이 후회했을지도 모를 그 길을, 길이 보인다. 고 무작정 따라 걷는 일은 하지 말라고 말해 주는 어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괜찮다. 빨리 걸어도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아무도 가 보지않은 길이라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니 다들 겁낼뿐이다. 돌아가도 괜찮다. 돌아가며 만난 인생 경험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쉬어 가도 괜찮다. 앞뒤 보조 맞춰 걸어야 하는 군대 행렬도아니고, 시간 맞춰 타야 하는 통근 버스도 아니다. 길이 있어 걷는 게 아니라, 내가 걸어 내 인생 길이 된다. 그냥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흘러 보자. 수단 아주머니의 길안내처럼… "당신이 가는 곳이 다 길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보석들을 돌멩이로 치부할 이유는 없다. 내가 가진 매력을 인지하고 충분히 내 것으로 즐길 때, 그때 비로소 내가 빛난다. 내가 아닌 것으로 감싸고 숨기고 치장하면 할수록 진짜는 사라지고 가짜만 남는다. 사람들은 가짜를 금방 알아차린다. 내가 가진 보석이 빛을 내지 않으면, 사람들은 본인들이 가진 잣대로 값을 매긴다. 내 보석 값은 내가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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