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기간 내내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ㅇ 발표할 때를 제외하고는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다른 소으으 전혀 없었다. 어쩌다 깜박하고 펜을 안 가지고 온 학생은 옆 자리 학생에게 펜을 빌리면서 소리가 안 나는 볼펜인지다시 한번 확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미국 사회에서 이런 모습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자폐를 포함한 그 어떤 불편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라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사회적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동의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한국의 교실에도 이런 학생이 있다면 급우들이 모두 기꺼이 협조해 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입장에서 스스로 직접 나서서 함께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에게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라면 훨씬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한국 사람인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한국어로 생각하고 추론한다는 것은 나의 세계관과 내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작은 우주를 모두 한국어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한국어로 사유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이성작용이 한국어로 이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랄랄라 하우스」에 나오는 글 「파리」를 읽으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이성 작용을 지배한다는 내 생각은 더욱더 확고한 신념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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