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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ㅣ 우리들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평점 :
성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 모두는 많은 일에 실수하나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며 온몸도 제어할 수 있느니라(약 3:2)"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온전한 사람이며 온몸도 제어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고 있을 정도로 말은 참으로 제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말"과 관련된 것이다.
부모들 대부분이 말이 가진 파괴적인 힘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옛날에 자기 부모들에게 들었던 말들을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본래는 입에 담으려고 하지 않았던 말들을, 자기도 좋아하지 않았던 어조로 말함으로써 아이와의 의사 소통면에서 비극을 가져 온다고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모라면 사랑과 상식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기지 말고, 말을 기술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든 부분이 참으로 수긍가기도 하고 또 충격적이기도 하였는데, 그 예를 잠깐 인용한다면 이것이다.
- 깜박 잊고 우산을 놓고 간 손님에게 우리는 뭐라고 하는가? 그 사람에게 달려가 이렇게 말하는가? "어떻게 된 거죠?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늘 뭘 잊고서 놓고 가니까 하는 말이에요. 이것 아니면 저것을 늘 두고 가잖아요. 당신 여동생은 그렇지 않던데.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보면 그녀는 행동이 참 반듯해요. 당신 나이 마흔네 살이에요. 이런 버릇은 고칠 때도 되지 않았나요? 난 당신이 놓고 간 물건이나 돌려주러 다니는 노예가 아니에요. 머리를 어디 두고 다니나 봐요! 아니면 그냥 어께에 달고 다니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우리는 손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앨리스, 여기 당신 우산 있어요"하고 간단히 말한다. "당신 주의가 산만하군요!"라고 덧붙이지도 않는다. 부모들은 손님 대하듯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p19)
부모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이 부정적이면 아이 눈에 비친 가지 자신의 모습도 뒤틀리게 된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낯이 부끄러워서 뜨거워졌다.
어는 순간 나는 아이에게 뒤틀린 모습으로 자기를 보게끔 말의 폭력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뭐하나 제대로 못하고 말이야!" "왜 이렇게 매사에 조심성이 없어"
별뜻없이, 나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내뱉은 말들이 고스란히 아이들의 마음에 가 서 꽂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자아상을 뒤틀리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의 감정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공감하고, 아이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비판을 받으며 사는 아이는 책임감을 배우지 못하고, 자신을 탓하고, 다른 사람을 흠잡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해주어 스스로 방향을 전환하게 해야지 비판을 통해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거나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 역시 그렇게 길들여져서 비판하고 탓하고 죄책감을 가지면서 잘못된 부분을 어리석은 방법으로 만회하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모습이 가감없이 그대로 아이에 대한 육아 방식에 투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와의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못된 대화는 어떤 악영향을 가지고 오는 지에 대해서 실제적인 사례를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아이와 대화를 나눌 때는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아이 스스로 감정을 잘 다스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의 죄의식과 불안감을 덜어주면서 말이다.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는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은 하지 않고, 비판하기보다는 바른 방향으로 오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저자는 조목조목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해준다. 마치 부모 교육에 온 것처럼 말이다.
아이를 망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 그것을 어느 누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엄마라는 소명이 주어진 이상 나는 아이를 인생에서 풍요롭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말을 제어하고, 부단히 노력해서 나와 아이 사이가 참으로 행복한 관계가 되도록,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관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듯이 그렇게 가고 싶진 않다.
부모와 아이 사이, 참으로 무한한 사랑과 정이 넘쳐나는 사이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