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친구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1
엘렌 몽타르드르 지음, 김주경 옮김, 김보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4살 말없는 소년 제레미는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수첩 한 권을 줍는다. 처음에는 주인을 찾아 바로 돌려주려고 했지만,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애의 글과 사진, 여자애들만의 언어, 암호, 호칭, 등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 신기해 수첩을 가방에 숨겨 집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방에 틀어박힌 채 주운 수첩을 조금씩 읽는다. 제레미는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수첩 주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시작하고, 수첩 주인이 수첩 속에 약속 날짜와 시간, 장소를 표시해 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곳에 나가 수첩 주인을 몰래 기다리기로 한다. 하지만 수첩 속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랏빛 잉크로 적힌 소녀의 가슴 아픈 가족사도 기록되어 있었다. 인기 있는 유쾌한 소녀에게도 이런 아픔이 있었다는 걸 느끼면서 소년은 어느새 수첩 속 소녀와 친구가 된다.

위에 언급한 부분은 출판사에서 소개한 이 책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대략적인" 이란 말에 무척 강조를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시면 다 아시리라. 이 부분을 확실하게 알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꼭 책을 읽으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14살 로라와 제레미를 통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수첩을 통해 - 이루어지는 감정의 내어놓음, 풀어놓음에 대해서는 읽다보면 뭉클해진다. 그리고 예전 학창시절의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금 아이들의 예민한 마음 또한 곳곳에서 보여진다.

"내 안에 숨어 있던 감수성에 직접적으로 말을 걸던 그런 감수성도, 그 풍요로움도,그 경이로움도, 그 기
쁨도 난 결코 만나지 못했을 거야. 또한 내 생에 맞닥뜨릴 질문들도 만나지 못했겠지. 내가 감히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매일 밤마다 함께 걸었던 그 소녀의 반짝이는 싱싱함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그 고
통의 터널을 잘 빠져 나올 수 있었을까? p.158 

그 시절, 나 역시 그러했다. 밤마다 말을 걸 상대가 필요했고, 감정을 쏟아놓을 장소가 필요했다. 나만의 수첩에 하나하나 나의 모든 것을 적어가면서 나는 위로받았고, 행복했고, 외로웠고, 슬펐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맺혀진 나의 감정은 나만의 비밀 수첩에서 하나하나 스러져갔다.  그러면서 나는 자랐다. 

그래서 제목이 종이친구였나보다. 어쩐지 낯설었던 제목이 비로소 이해가 되어졌다.

하지만 단순한 학창시절의 끄적거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숨겨져있고, 또 그 반전을 알아낸 순간 많은 것들로 혼란스러워지고, 또 고민도 많아진다. 

종이친구는  왜 필요했던 것일까?  누구에게 필요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