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선생님의 동화는 늘 따뜻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시선도 그렇고,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늘 따스함이 배어나오는 인물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도 역시 따뜻한 사람들이다. 엄마와 단둘이 산동네 단칸방에 세들어 사는 호돌이네는 아빠가 안 계시고, 엄마가 일하셔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족이다. 늘 월세와 연탄값을 걱정해야 하는 호돌이네의 이웃 중에는 고향에서 상경하여 열심히 일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분희 누나도 있다. 호적 때문에 여덟 살임에도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가지 못하는 호돌이는 우연히 아파트 놀이터에서 전직 교사 출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모래밭 학교에서 할아버지와 공부를 한다.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면서 호돌이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온정을 배우게 되고 넉넉한 마음가짐을 배우게 된다. 물론 할아버지도 호돌이를 통해서 다시금 인생을 의미있게 사시게 된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봄을 찾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피어나고, 호돌이의 마음 속에서도 따스한 봄으로 피어난다. 여러가지 우여곡절 - 할아버지의 회전 목마, 엄마의 연탄가스 사고 - 을 통해 서로간의 넉넉함을 다시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삶의 따스함이 이 책을 읽는 누구에게나 분명히 전달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서로를 돌아보고 서로를 챙겨주는 정이 그리운 오늘, 이 책을 통해서 아이들과 "정"에 대해서, "나눔"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아버지가 가만가만 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빰을 어루만졌어요. "봄은 예 있거늘" 할아버지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내 빰에 얼굴을 대었어요. 따뜻한 할아버지의 숨결이 얼굴에 와닿자 나는 정말로 봄을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p58) 모든 일은 다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맞나 봐요, 지난봄에 늦게까지 추웠던 건 어쩌면 마음이 추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내년엔 봄이 아주 일찍 올 것만 같아요.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