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마중불 - ‘우리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 수상작 동심원 13
정두리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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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질할 때,
한 바가지 물 미리 부어
뻑뻑한 펌프 목구멍 적시게 하는 물을
예쁘게도 ‘마중물’이라 부르지

어두운 길,
손전등으로 동그랗게 불 밝히며
날 기다리는 엄마
고마운 그 불을 나는 ‘마중불’이라 부를 거야
 '마중물 마중불' 

처음 제목을 보고는 마중불이 뭘까 호기심이 일었다. '마중물'은 순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하고 많이 들어본 것이었지만 마중불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위의 시를 보면서 "아하"했다. 고마운 물이 마중물인 것처럼, 엄마를 기다릴 때 도와주는 동그란 손전등의 기특한 불빛이 바로 마중불이 된 것이다. 아이의 마음 그대로 고마움을 표현한 마중물과 마중불, 정말 예쁜 말들이다. 

늦둥이 내 동생

아직 말도 못하고 
겨우 하품하고
응애, 소리 내어 울기 일쑤인
아기 머리맡으로
온 식구의 눈이 모였다

조금 서운하다
슬쩍 삐치고 싶다
나도 아기처럼 
그렇게 누워 있을까 봐

신기하게 쪼그마한 손이랑 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아끼듯 만져 본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기는 나를 형야야 불러 줄 
우리 집에 온 늦둥이 내 동생이다

새로 태어난 동생을 바라보는 형아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동시를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난다. 나도 아기처럼 그렇게 누워 있을까봐 - 모든 형아의 마음이 아닐까? 그러나 형아는 슬며시 만져 본 동생의 조그마한 손에 마음이 저절로 녹아진다. 다시 읽어도 정겨운 동시, <늦둥이 내 동생>이다. 

이외에도 무단 횡단하는 아저씨 아줌마를 보고  
"신호등 못 본 척하고 
찻길 질러가는
저 아저씨의 엄마가 보았다면

정말, 
혼나고도 남겠다" 고 한
<혼나고도 남겠다> 시나 <길에서 시 읽기>같은 시처럼  재미있으면서도, 팍팍한 어른들의 모습을 꼬집어 내어, 부끄럽게 만드는 그런 거울같은 시들도 많다.

일상을 시로 잘 녹여내고,  보이는 자연을 시로 잘 녹여낸 시인의 시상이 정말 멋진 시집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동시가 된다"는 시인의 말이 그래서 더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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