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우표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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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시인은 따스한 시선으로 조용조용히 시를 읊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해,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것들에 대해 보여주는 따스한 시선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도 좀더 착해진 것 같다.


입술우표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 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 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 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어떤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 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p : 56~57) 

사랑하는 아이를 두고 멀리 일을 하러 가셔야 하는 아빠의 마음, 그래서 잠들기 전이라도 입술 우표를 붙여주라는 아빠의 말에서 우리네 아빠들의 고단한 삶과 그렇지만, 가족을 사랑하기에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우직한 마음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우리집 아빠도 이런 마음이겠지,


<막대기가 된 날>
(중략)

손가락 내밀 때는 
딜아나기만 하던 잠자리가 
겁도 없이
내 팔뚝에 앉아 준 것이 고마워서

나는 잠자리가 날아갈 때까지
숨소리도 죽이고
막대기처럼 서 있었다

-  내 팔뚝에 앉아 것이 고마워서 막대기가 되어버린 날이다.^^  역시 시인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시다.


그외에도 
종일 혼자였을 행복이가 
외로워보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는
똥을 치운다

<똥을 치운다> 중에서

역시 행복이에게 따스한 시선을 건네주는 시인의 눈길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읽고 있으면 왠지 나도 착해져가는  느낌의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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