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말과 가족이 등장합니다. 키와 몸집이 작지만 성질이 온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거나 어린이의 승마용으로 이용되는 조랑말 엄마와, 말과는 비슷하나 그보다는 작고 앞머리에 긴 털이 없으며 유난히 귀가 큰 당나귀 아저씨, 그리고 조랑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낳은 노새 말이에요. 사실 나도 말과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지라 이 책에서 처음 알았네요. 주인공 나에게는 잘생긴 멋쟁이 엄마 조랑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너무 잔소리가 심하죠. 그런데 내가 아빠 이야기만 물어보면 딴전을 부리지요. 안골에는 아주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가 사는데, 힘이 세어 산더미 같은 나뭇짐을 지고도 씩씩하게 장터를 다닙니다. 어쩌다가 길에서 마주치면 아는 체를 하나 엄마는 꼬리를 두어 번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죠. 한번은 반가운 듯 나한테로 다가와서 볼을 살살 핥는 것을 사납게 뒷발질을 해댔답니다. 아저씨가 못생겨서 싫었거든요. 어느 가을날, 혼자 산 속에 들어왔던 나는 무서운 승냥이를 만나 쫓기게 됩니다. 죽을힘을 다해 달렸지만 까마득한 낭떠러지 앞에서 그만 푹 고꾸라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나는 목숨을 건졌지만 나를 쫓던 승냥이는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어버립니다. 그때 내 비명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난 당나귀 아저씨는 나를 일으켜 세워줍니다. 미처 고맙단 말도 못하고 아저씨를 따라 산기슭으로 내려온 나는 목이 말라 물웅덩이 곁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목을 길게 늘여 물을 마시려는 순간,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확 놀라지요. 왜냐하면 거기에는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와 너무나도 꼭 닮은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가 아빠였던 것이지요^^ 홍성찬 님의 그림은 약간 갈색톤으로 옛이야기 그림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그림의 선들이 굵고 할아버지의 모습이나 당나귀의 모습들도 투박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귀여운 당나귀, 아니 노새죠. 노새의 이야기가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