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든다 푸른도서관 32
강정규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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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를 읽은 기억이 있던 터라 반가웠던 작품이었다.
항상 고향을 테마로 해서 쓰실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씀처럼 이 책에는 고향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여러 편 묶여져 있다.

 

<구리 반지> <삼거리 국밥집> <새가 날아든다> <낮달> 등에서 볼 수 있는 애잔한 정은 우리네 교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정감이다.

 

이북이 고향인 정암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구리 반지에서는 정암 할아버지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끝내 혼자 사시다 돌아가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분은 혼자 사시며 많은 후학들을 길러내셨다. 마치 자식처럼 말이다. 그렇게 평생을 사시면서 장학회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한 사람이 북에 두고 오신 가족들 생사를 알아보겠다고 하자 한참을 뜸들이시다가 "소식 몰라 애태우는 사람이 이 강산 어디 나뿐이겠냐면서 자네들 이렇게 다 잘 됐으니 그 곳 가족들도 다 잘 있을 것이라며 끝내 다른 말씀하지 않으셨던 분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장기려 박사님의 일생이 떠올랐다. 그분 또한 평생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시면서 가족을 위해 이 땅에서 많은 환자들을 가족처럼 돌보며 헌신하셨던 분이셨기에 말이다.

 
이런 슬픈 사연은 <삼거리 국밥집>에서도 등장한다. 딸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서울로 온 엄마는 약값을 벌기 위해 일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 그런 와중에 38선이 그어지면서 양순 할머니는 고향엘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한평생 장애를 가진 딸을 못내 그리워하고, 마음에 두면서 살아가다가 조금씩 몸이 돌아간 춘자씨를 양딸로 삼아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살아간다. 역시 가족을 두고 온 이의 슬픔과 인생이 가슴이 먹먹하게 펼쳐진다.

 
<새가 날아든다>에서는 새의 둥지가 된 조끼를 보면서 생명을 귀히 여기고 품어주시는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돌봄과 배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 아닌 자연에까지 번져가는 것이 바로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따스함이고 넉넉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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