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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고양이의 결심 - <책 먹는 여우> 프란치스카 비어만의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5
프란치스카 비어만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책먹는여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너무나 인기있고 유명했던 그 책 때문에 책 제목이 패러디되어 나온 책만도 참 많았던 것 같다. 바로 그 작가의 신작이라는 설명에 눈이 번쩍 띄였다^^
이번 주인공은 다름아닌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 소파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는 고양이에게 뒹글이라는 이름은 딱 맞는 이름인 것 같다. 뒹굴이의 하루 일과는 소파에서 뒹구는 것뿐이다. 오죽하면 소파에 연못처럼 둥그런 자국이 다 날까! 오로지 볼일을 보기 위해 세상 끝(바로 자신의 집의 뜰의 끝자락)에 갔다가 오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는 뒹굴이에게 어느날 정말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급한 볼일을 보기 위해 열심히 달리다가 하필이면 옆집 개 루디와 부딪히면서 벼룩이 뒹굴이에게 옮겨온 것이다.
따끔따끔 꽉꽉 물어대는 이 벼룩은 게으른 고양이 뒹굴이를 확 변화시키고 만다. 왜냐하면 뒹글이가 숫자에 맞춰 정확하게 깨물어대는 벼룩을 떨쳐내고 다른 동물에게 옮기기 위해 중대한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예쁜쥐 기니피그에게 뒹굴이는 자신이 ‘미용사’라고 소개를 하고, 기니피그의 머리를 예쁘게 바꿔 준다는 구실로 벼룩이 기니피그에게 옮겨 갈 수 있도록 접근한다. 그리하여 기니피그 머리를 멋지게 만져주고 괜시리 기분이 으쓱해지는 경험도 한다. 하지만, 기니피그와 헤어진 후에도 벼룩은 여전히 뒹굴이 몸에 남아 있다. 그 후, 만난 개 루디에게는 축구코치로, 왕눈이 암소에게는 파리 잡는 사냥꾼으로, 여자아이에게는 가장 쓰다듬기 좋은 고양이로 속임수를 써 가며 접근한다. 그러면서 암소에게 파리를 잡아준 댓가로 받은 우유가 너무나 달콤하다는 것도, 루디에게서 받은 축구복이 썩 잘 어울린다는 것도, 그리고 사람이 쓰다듬을 때 기분좋다는 것도 알아간다. 하지만 문제의 벼룩은 뒹굴이 몸에 남아 정확히 시간을 맞춰 물어댄다. 이렇게 수학적인 벼룩이 있다니...^^
지친 뒹굴이는 지붕 위에 노래하고 있던 또순이 고양이에게 노래 선생님으로 다가가 함께 노래를 하면서 노래를 가르쳐준다. 그래서 다른 짐승들과 또순이와 노래를 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리고 또순이가 고맙다는 표시로 뒹굴이에게 뽀뽀를 해주었는데, 이것 역시 기분좋은 것을 느낀다.
벼룩 때문에 뒹굴이는 남에게 먼저 다가가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같이 도와서 해주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함께 하는 즐거움, 다른 사람을 위할 때 얻는 즐거움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친구를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유쾌한 일인지도 알아간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권의 그림책이 아이를 더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게으른 고양이가 어떻게 게으름을 탈출하는 지를 보면서, 또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우리 아이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