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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ㅣ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작가의 소설이란 소개 한 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던 이 소설은 그동안 읽었던 이금이 작가의 책에서 느껴졌던 "사랑과 따스함"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 그런 소설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세 살 소년 동재다. 동재는 부모님의 이혼과 아빠의 재혼으로 잔뜩 혼란스러울 때 전학 온 연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비록 그 아이는 다른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짝사랑을 하던 동재는 이복동생 은재의 도움으로 연아와 사귀게 되지만, 표현하는 데 서툴고, 어떻게 그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헤맨다. 동재는 데이트와 선물 비용 때문에 빚까지 지게 되고, 급기야 연아와의 데이트 중 ‘돈이 없어 아이스크림을 사 줄 수 없다’는 솔직한 말 한 마디를 하지 못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슬쩍 없어져서 연아를 당황하게 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 연아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게 된다.
사실 처음엔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의 세태에 개탄스럽기도 했다. 벌써 이런 나이만 되어도 아이들이 이렇게 이성친구를 사귀는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했다. 어른들이 본을 잘못 보여준 때문일까? 빚내어서 데이트 비용을 장만하는 것이나, 스킨십의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나 등의 고민을 볼 때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동재가 연아와 사귀면서 아빠가 꾸린 재혼가정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하고,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아빠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또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나름 안도했다.
아이들 시선에서 그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놓으며 풀어가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 때문에 이 책은 붙박힌 듯이 한 자리에서 술술 읽어내려가게 된 책이기도 했다. 또 동재와 연아의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동재를 둘러싼 여러 사랑 이야기때문에도 더 그러했던 것 같다.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원인이 된 동재 친부모의 이혼, 아빠의 재혼, 엄마의 국제 연애, 첫사랑을 못 잊은 채 늘그막에 다시 만난 노인들, 드라마 같은 찬혁이와 연아의 연애, 자신의 이상형이 아닌데도 꿈에 나왔다는 이유로 짝사랑하는 민규의 사랑에 대한 오해 등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보게 되고, 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동재가 친엄마를 만나면서, 그리고 아빠를 만나면서의 일들을 읽다보면 독자 또한 자신의 사랑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아빠는 예전의 사랑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했었기에 결국 서로에게 아픔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고, 새로운 사랑에서는 최선을 다하게 되고, 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고 배신감을 느끼던 동재는 친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또 동재를 위해 자신의 사랑(?)의 고백도 마다하고 이별의 아픔을 겪는 동재를 위해주는 민규의 우정도 새삼 귀엽고 사랑스럽다.
첫사랑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맛, 딱 그것이지 않을까?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처럼 우리의 동재가 이 사랑을 겪으면서 얼마나 많이 성숙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어디 동재뿐이랴,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 네 엄마랑 헤어지고 나서아빠가 깨달은 게 있는데 사랑은 자전거 타는 거랑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 탈 때 계속 페달을 굴리지 않으면 넘어지쟎아. 사랑이 제대로 유지되게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굴리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지 " - 아빠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