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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나도 우주를 헤엄칠 거야 ㅣ 좋은책 두두 21
이혜용 지음, 김진화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엔 참 시가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각박해지고 현실이 바빠지면서 시에 대한 사랑이나 좋았던 느낌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 갔다온 아들 녀석이 종알종알 동시를 외우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시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읽게 된 동시집 <그땐 나도 우주를 헤엄칠거야>.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시를 풀어가고 있어서 참 마음이 따뜻하고, 정겨웠다. 그리고 저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그런 시들도 종종 있었다.
도토리묵
식탁 위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내온 도토리묵
젓가락으로 집으면
미끄덩 미끄덩
도망을 쳐요
할머니 따라
도토리 줍던 생각하며
한 입 먹으면
밤색 도토리가
뒷산에서 금방
도르르 돌돌 굴러 올 것 같아요
고추가 매운 이유
고랑 끝이 가물가물
빨갛게 손짓하는 고추
왜 이리 많은 건지
따도 따도 손짓하는 얄미운 고추
할머니는 힘도 안 드시나?
얼굴이 고추처럼 빨갛게 달아올라도
서울 사는 가족들 주려고
긴 고랑을 부지런히 오가시네
매운 입 부채질하며 먹던 고추
이제 보니 그 매운 맛이 할머니 구슬땀이구나.
빵집 앞을 그냥 지나갈까?
쟁반 위에 네모난 식빵이
참깨 뿌려진 단팥빵이
바삭바삭 곰보빵이
노릇노릇하게 익어 가는 아침에
빵집을 지나가던 아이들이
빵빵빵
뜨거운 총을 맞고
가슴까지 노랗게 익어갑니다
동시는 정말 아이들의 마음도 잘 표현하고,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빵빵빵에서 총으로 건너뛰는 시인의 상상력에 즐거워졌다. 상상력. 이것을 나도 길러야 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