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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북이 가방 안에 토끼발 ㅣ 문원아이 저학년문고 9
최인영 글, 김혜진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시종일관 귀여운 깜북이 땜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깜북이는 까만 거북이라는 뜻으로 우리의 친구 깜북이가 느릿느릿 느리다는 데서 붙여진 별명이다. 반에서 받아쓰기 할 때도 가장 나중에 써서 깜북이가 다 쓰면 우리반 아이가 다 쓴거다 라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대답에 조금은 화가 나는 우리 깜북이!
세수할 때 물장난 좀 하고, 밥을 꼭꼭 씹느라 조금 늦게 먹고, 또 옷 입을 때 꾸물거리면 왜 안되죠? 그런데 엄마는 지치지도 않고 날 쫓아다니면서 딴 짓 하지 마라 꾸물거리지 마라. 빨리 빨리!
깜북이의 말이지만, 저에게도 해당되네요. 우리집 큰녀석이 너무 행동이 굼떠서 항상 제가 아침마다 잔소리하는 것이 빨리 하라는 것이거든요^^
집이 코앞이다라고 엄마가 이야기하시지만 어떻게 그 거리가 코앞이냐고 항의하고 싶은 깜북이. 깜북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참견할 것도 많거든요. 떡 파는 할머니도 봐야 하고, 노올자형도 만나야 하고 땅꼬마들과도 친구해야 하고.. 그런데 엄마는 엎어지면 코닿을 거린데 왜 이렇게 늦어라고 혼내신다고 우리 깜북이가 투덜댑니다.
이 대목에서도 웃음이 씨익 나는 것은 우리 큰아이 모습이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장장 1시간 걸려서 오는 아이는 노상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천천히 감상하고 다녔거든요. 이제 커서 그런지 좀 덜하긴 합니다^^
그외 주전자 사건이나 사슴벌레 사건, 그리고 강아지 기사 사건 모두 아이의 시선에서 잘 보여주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동물원 이야기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왠지 어른인 나도 공범같아서 마음이 괜시리 그랬네요.
" 곰과 호랑이와 사자를 볼품없게 만들어 버린 사람들이 더 미웠습니다. 동물원이라고 멋대로 가두고 부려먹어도 되는 걸까요? 물론 난 동물을 좋아하고 예전에 돌고래 쇼나 물개 쇼를 재밌게 보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외눈박이를 볼 때부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내가 동물이 된 기분도 들고, 그냥 생각도 많고요. 동물은 우리 사람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깜북이의 사려깊은 생각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이라고 함부로 대하거나 의견을 묵살하거나 하면 절대 안된다고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세심하고 사려가 깊은 지 모릅니다. 이건 화분에 얽힌 이야기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이제 갓 입학한 둘째때문에 더 정감가는 아이 깜북이. 깜북이의 귀엽고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들이 참으로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