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르와 왈츠를 - 대량학살된 팔레스타인들을 위하여, 다른만화시리즈 02 다른만화 시리즈 2
데이비드 폴론스키, 아리 폴먼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전쟁의 참혹함을 볼수록 평화에 대한 갈망은 깊어만 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싸움과 전쟁을 반복하는 인간들,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만의 이유로 전쟁을 수행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각으로 전쟁이 나쁘다든지, 피해자가 불쌍하다든지, 전쟁을 일으킨 누가 나쁘다든지 판단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이 얼마나 옳을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자신의 이익에 해가 된다면 크든 작든 싸움을 하게 된다. 그것이 확대된 것이 또 전쟁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가 남의 전쟁에 대해서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고 비난할 수 있을까? 힘없는 부녀자들이 학살당했다는 것에 분노하지만, 전쟁의 상황에서 그러한 것이 없을 수 있을까? 도대체 지구상의 어떤 전쟁이 사정을 봐 주면서 일어나는가? 실제로 그러한 전쟁과 학살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단지 그러한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만 들 뿐이다.
  이 책은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시 이스라엘의 지원으로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한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때 전투에 참여한 이스라엘 병사로, 그 끔찍한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그때의 기억을 상실하고, 수많은 날들을 똑같은 악몽으로 고통한다. 궁극적으로 그 기억을 찾지만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더욱 끔찍한 것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쟁의 참혹상을 한 이스라엘 병사의 정신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가 나쁘다느니, 그것을 지원한 이스라엘이 나쁘다느니 하는 판단을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고, 제 땅을 찾으려는 이스라엘의 오랜 염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00년 동안 그 땅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 온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갈등이라는 것은 사실 팔레스타인, 혹은 아랍 사람들의 견해일 뿐이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 민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구약성경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나오기는 하나, 오늘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후손은 아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말은 로마가 유대인을 그 땅에서 쫓아낸 후 붙여진 지역 명칭일 뿐이고, 그 땅은 양차 세계대전 때까지 제대로 된 민족이나 국가도 없이 소수의 사람들이 살았을 뿐이기 때문이다.
  전쟁 기간 동안 영국은 유대인측에게 팔레스타인 땅에 그들의 국가를 세워준다는 약속(밸푸어 선언)과 아랍측에게 같은 땅에 그들의 국가를 세워준다는 약속(맥마흔 선언)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갈등도 많았지만, 결국 요단강 서쪽 지역에는 이스라엘이, 동쪽 지역에는 요르단 왕국이 건설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아랍 쪽에서는 이스라엘 자체를 중동 지역에서 몰아내고자 PLO나 헤즈볼라 등을 통해 테러를 가하고, 국제 여론을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하려 한다. 그러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여러번의 전쟁을 통해 자기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1982년 레바논 전쟁이나, 2006년 레바논 전쟁이나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거점을 두고 있는 반 이스라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1982년에는 PLO를, 2006년에는 헤즈볼라를 상대해서 전쟁을 벌였는데, 당시 그들은 레바논에 거점을 두고 이스라엘을 향해 지속적인 크고 작은 공격을 해 왔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가한 것은 엄밀히 말해 레바논을 침공한 것이 아니라, 자국 방어를 위해 위협적인 적의 거점을 공격한 것이다. 다만 그러한 과정에서 벌어진 전쟁이 매우 끔찍했을 뿐이다.
  우리는 2차 대전 당시 행해진 히틀러의 만행같은 경우에 대해서는 비난하지만, 그 전쟁 당시 연합군 측이나 동맹국 측이나 어디서나 행해진 수많은 끔찍한 전투와 학살에 대해서 그렇게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 전쟁과 학살은 여전히 끔찍하지만, 그것은 전쟁 중에 흔히 일어나는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저자 또한 그것을 목적으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은 주인공의 정신적 문제를 주된 흐름으로 두고 있다. 한 인간의 고뇌가 담겨 있다. 그 배경은 전쟁이고, 그 참상이 매우 끔찍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만행을 고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전쟁의 참상 자체를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왜?"라는 질문만이 뇌리에 맴돌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없다. 단지 안타까울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일을 해결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비난하고, 누구는 울부짖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양 집단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면, 그들은 자기들의 확고한 명분 가운데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그 아픈 현실 앞에서 가슴만 칠 뿐이다. 누군가가 절규를 하고 누군가가 소리쳐 외친다고 해서 이 전쟁이 그치지도 않을 것이다. 인류는 역사 이래 끊임없이 전쟁을 해 왔고, 어느 누구도 전쟁을 근본적으로 없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전쟁을 중지시킬 뿐이었는데, 그것은 어느 한쪽이 확고한 승리를 얻을 때였다. 그 가운데 발생하는 피해는 전쟁의 당사자들에게 둘째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 둘째 문제 때문에 괴로워한다. 절대 없어지지 않을 전쟁 속에서 고통스레 절규하는 인간의 모습,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담고 있는 철학적 이미저리(imagery)인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