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얼마전 정년퇴직을 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동시를 저·중·고 학년의 수준에 맞게 엮은 동시 시리즈라는 말에 더 반가웠던 것은 이미 교과서에 나온 시와 글을 통해 익숙해진 분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분의 재미난 시 "콩 너는 죽었다"를 읊조리며 아이랑 킥킥대었던 기억과 함께 이분이 어떤 시들을 모아놓으셨을까 하는 궁금증도 마구 일어났다. 목차를 보니 잘 알고 있었던 분들의 시들도 나와서 반갑고, 잘 몰랐던 시인의 아름다운 시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시에 걸맞는 귀여운 그림들과 또 조곤조곤 들려주시는 김용택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마치 교실에서 시를 낭송해주시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시는 것을 살짝 엿듣는 기분이랄까? 그분의 감상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올챙이 엄마 내 꼬리가 길어져요 하루가 다르게 뱃살이 불어나요 등은 가렵고 눈알은 부쩍 굵어졌어요 양 옆구리에서 길쭉한 게 자꾸 삐죽거리며 나오는 건 왜일까요? 병원에 어서 가야 하지 않나요? 엄마, 엄마는 어디 있는 거죠? 하루가 다르게 뱃살이 불어난다는 대목에서는 아이 둘과 나도 모두 킥킥. 마치 우리 아빠에게 하는 말과 똑같다고 웃어대는 아이들과 함깨 나도 웃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옆에 써있는 감상문이었다. 이 동시를 쓴 시인은 저와 아주 가까이 산답니다. 늘 만나 같이 놀지요(p15) 늘 만나 같이 놀지요를 읽으면서 순간 이 시를 아이가 쓴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바로 안도현 시인의 동시였는데 말이다!!! 청개구리 개굴개굴이 아니야 굴개굴개야 - 왜 그러느냐고? 난 보통 개구리가 아니거든 난 청개구리거든 이 시는 한명순 시인의 시였다. 이걸 보는 순간 필 꽃힌 막내! 그도 그럴것이 하도 고집이 세서 청개구리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청개구리는 울때 굴개굴개 하면서 울었는데 왜냐하면 뭐든지 반대로 하고 싶어해서 그랬다고 이야기해주었던 것이 기억나는지 이 시만 보면 또 읽고 또 읽고.. 노란색 겉표지도 앙징맞고, 속 안에 든 동시만큼이나 그림도 귀여워서 아이들이 보기에 정말 딱이다. 김용택 선생님이 쓴 서문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시를 많이 읽고 시를 안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입니다. 시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은 다 수월하게 공부가 됩니다. 시의 이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고, 기본이 되고 근본이 됩니다. 시 속에는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 슬픈 세상, 아픈 세상, 그리고 희망이 다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서문을 맺는다. " 올해는 우리나라 모든 가정에서 동시 읽는 소리들이 이웃집까지 낭랑하게 들리기를 기원합니다. " 정말 올해는 우리집에서 아이랑 낭랑하게 시를 읽는 소리가 계속 계속 들리게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