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는 작고한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를 아이들 눈높이의 동화로 만든 동화책이다. 홍길동전이나 장길산 등의 책처럼 이 책 또한 의적 일지매를 주인공으로 해서 일지매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그의 활동을 통해 여러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노비인 어머니와 양반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일지매는 세상에 태어난 순간 개울에 버려지게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는 노비에게서 태어난 아들 일지매는 버려야 할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거지 걸치에 의해 발견되어, 걸치의 젖동냥으로 인해 아이는 죽지 않고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그는 청나라의 토호라는 부유한 사람에게 양자로 입양되게 된다. 일지매라는 이름은 그의 양아버지 토호가 붙여준 이름인데 <한 가닥 매화가지>라는 뜻의 이름이다. 이는 그의 어머니 백매가 마지막으로 그의 아들에게 남긴 편지와도 기가 막히게 일치했다. “매화는 눈 속에 피어 추위에 떨고 어미는 어려서 되어 이별에 우네” 일지매는 우연히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옆걸음쟁이로부터 꾀임을 받아 청나라를 떠나 조선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인 김중환 참판은 절대 아들로 인정할 수 없다고 잡아떼었고, 이에 실망한 일지매는 방황하게 된다. 사람이 자신의 근본을 알 수 없게 되거나 부정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정체성에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일지매도 그리운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아 먼 타국 땅에서 돌아왔건만 혈육에게서 버림받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고 뼈아픈 아픔을 겪게 된다. 그나마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심마니와 삼꽃 아가씨가 죽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번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는 일지매는 자신을 거두어 키워준 걸치를 찾아, 그리고 어머니를 찾아 거제도로 가게 된다. 아저씨 이름이 걸치인가요? 그란데? 니는 누꼬? 전 일지매라고 합니다. 아저씨가 저를 키워주셨다 들었습니다. 뭐라 캤제? 일마 이거 내 알라 아이가? 이놈 시키야. 일지매와 걸치가 상봉하는 장면이다. 구수한 사투리 때문에 책 읽기가 더욱 재미있다.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비록 요즘 드라마로 한다는 일지매는 보지 못했지만, 책만 보아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장면이 그려지니 너무 재미있다. 책을 보자마자 술술 읽어내려갔더니 금세 마지막 장이다. 삼꽃 아씨와 닮은 월희 아씨를 만나 도움을 받은 일지매와 그순간 일지매를 좋아하게 된 월희 아씨의 이야기나 해동청파와 봉선이파 이야기, 그리고 일지매의 어머니인 백매를 한 번 본후로 계속 마음 속에 그리워하고 있는 포도대장 구자명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도 내 마음을 울렸다. 특히 백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지매를 탈옥시키고 대신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구자명의 이야기는 사랑의 힘이 이렇게 클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일지매가 사형당하고 구자명은 붙잡혀서 죽었다는 헛소문을 들은 일지매의 어머니 백매가 약을 먹고 죽기 직전에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일지매를 보게 된 것을 보면서 작가가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얄궂은 운명의 모자 관계를 만든 작가가 말이다. 앞으로 2권에서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