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 - 장주식 선생님과 하호분교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장주식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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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왜 좋을까? 책을 보면서 일던 궁금증 하나.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출판사 이름이 <철수와 영희>이라는 점. 출판사 이름을 보면서 왠지 정겨워져서 얼른 이 책을 집어들었다.
글쓴이는 장주식 선생님으로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하호리에 있는 하호분교 교사이셨다.  이 책은 교단일기로 2007년 3월부터 한 해동안 아이들과 생활하신 것을 일기 형태로 담은 글이라고 한다. 

장주식 선생님의 이름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하며 갸우뚱거리다가 저자 소개를 보니 <그리운 매화향기>의 저자이셨다. 그래서 낯이 익었던 모양이다.

동화 작가이신걸로만 알고 있엇는데 알고보니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하호분교는 달랑 전교생이 39명, 그리고 육학년 아이들은 일곱 명인 작은 분교였다.  하호학교의 특징은 모든 체험활동이 모듬 활동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토요 체험과 주제별 체험이 있는데, 토요 체험은 월 2회 계절에 맞추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년 체험으로 논 농사도 한다고 하니 정말 부러웠다. 사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논에 가보는 것도 어렵고, 더더군다나 논 농사는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은 1년에 걸쳐서 직접 벼의 한살이도 공부하고, 논에 모도 심고, 김도 매고, 추수도 하고, 그 쌀로 떡을 해서 잔치를 한다니...
또 야영이나 도시 체험, 가족 등산, 갯벌 탐사 등을 하는데, 이런 체험들을 전교생이 다같이 한다는 점이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다. 모든 활동에는 6학년이 모듬장이 되어서 리더 역활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6학년이 일곱 명이면 일곱 모둠, 다섯 명이면 다섯 모둠 이런 식으로 꾸려진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또 자신이 받은 대로 아이들에게 베풀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개입 없이도 모든 면에서 자율적으로 서로서로 도와가며 활동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하는 시 수업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아이들이 서로 솔직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시도 써보고 품평도 해보고, 여유롭게 하는 수업 장면이 참 좋았다. 도시의 아이들은 과연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제한된 시간 내에 수업을 해야 하고, 많은 인원을 데리고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 시를 느끼고 말하는 시간 자체도 힘들 것이다. 
아이 공개수업때  가본 수업 장면은 이랬다.  엄마들은 내 아이가 말을 좀 했으면, 선생님에게 질문이라도 하고, 대답이라도 한 번 했으면 하고 바라면서 열심히 창 너머로 수업을 지켜보고, 혹여 선생님이 아이에게 질문을 하시지 않거나, 손을 들고 있었는데도 못 보시고 다른 아이를 시키시면 속상해하고 말이다. 아이들의 수가 많으니 일일이 선생님이 아이들을 보시면서 챙겨주시기도 힘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하호 분교의 아이들은 정말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아이들 하나하나 개성을 파악하고, 존중하고,  또 그러기에 서로에게 여유로우며 존중받는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윗 학년들은 아래 학년이 못한다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3학년 도희나 줄리나가 네 번 파울로 아웃을 당해도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6학년 언니들이 등을 토닥여준다. 더욱 좋았던 것은 경기에 졌다고 삐지거나 이긴 패를 이죽거리는 아이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예쁜 건 내가 심판을 보면서 실수를 하거나 번복을 하는 경우에도 심각하게 따지고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생님이라고 실수 안 하시냐?" 그리고 아이들은 더이상 말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언제든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서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또는 언니는 동생을 위하고 동생은 언니를 따르는 전통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 p172 

선생님의 글에 따르면 하호 분교는 아이들 수도 적고, 분교라서 상대적으로 사무 업무량이 적기 때문에 더 아이들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의 잡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도 학년부장 선생님이 담임이신 반은 종종 선생님의 업무로 수업을 못하시고 그냥 비디오만 보는 식의 수업도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과중한 업무가 수업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학교들이 좀더 반별 인원수를 줄이고, 더 많은 학급을 개설하고 선생님의 업무도 간소화해서 오직 아이들과 수업에 전념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지원해준다면 일선 학교에서도 충분히 서로 배려하고, 아이들 특성에 맞추어서 교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질좋은 방과후 활동이 다양한 형태로 많은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지면 그만큼 교육의 혜택도 늘어나서 지금의 빈익빈 부익부의 교육 구조가 개선되어지지 않을까?
경쟁보다는 서로 협동하고 머리를 맞대고 탐구하면서 심도깊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업이 된다면, 다양한 교수방법과 매체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아이들의 창의력이 발휘되는 것은 시간문제 아닐까/

대안학교, 이제는 이상하게 들리는 말도 아니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교이지만, 대안학교의 특성상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요원한 현실일 뿐이다. 

하호 분교처럼 공교육 안에서 자유롭고 아이들 개개인을 존중하는 교육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가 오늘도 나는 꿈을 꾸어본다. 

마치 장주식 선생님의 꿈처럼 말이다.
"내가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 의사 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 모든 아이들이 경쟁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사는 그런 학교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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