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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시청 금지 ㅣ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9
조지안느 스트렐지크 글, 세르주 블로슈 그림, 이정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의 그림이 이 책의 시작입니다.
사건은 바로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세 아이가 우당탕탕 장난치다가 그만 꽃병을 깨뜨린 것입니다. 급기야 화가 난 아빠는 아이들에게 일주일간 텔레비전 시청 금지라는 벌을 내리고 그 벌에 충격을 받은 아이들은 (왜냐하면 텔레비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서로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을 합니다.
"제가 아니라 형이 그랬어요"
"제가 아니라 오빠가 그랬어요"
"제가 아니라 동생들이 그랬어요"
그러나 아빠는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현명한 아빠이시네요. 이럴 때 아이들의 말을 듣는다면, 아이들은 서로 책임 전가에 바쁠 테니까요. 엄마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빠 말씀에 수긍하시기만 하지요.
아이들에겐 야속한 엄마이지만 엄마 또한 현명하게 행동하시네요. 부모가 한 목소리를 내야 더 권위가 서고, 아이들에게 이중 잣대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할 수 있으니까요
궁시렁궁시렁하던 아이들, 막내는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더 화가 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빠는 가만히 계십니다.
그리고 물어보시죠. "내가 없어져? 어떻게?"
그러자 막내 남동생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가 주무실 때 몰래 쓰레기 자루 속에 넣어서 쓰레기 차를 불러 쓰레기 더미 속에 옮겨 넣을거에요. 그럼 아빠랑 영원히 안녕이에요."
둘째는 한술 더 떠서 "아빠 잠옷에 돌을 잔뜩 집어 넣어서 큰 바늘로 꿰메 아빠를 물 속에 던질거야"합니다.
큰아이는 "새장에 가두고 맛있는 것을 잔뜩 먹여서 살찌면 못된 마녀를 불러서 아빠랑 두꺼비랑 방울뱀이랑 넣고 함께 삶아서 마녀가 먹게 할거야"합니다. 가장 훌륭한 생각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요.
거기서 아이들의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갑니다. "변기에 퐁당 빠트린 다음 물을 내릴거야" "로켓에 넣고 발사해 달로 가게 할거야" "추운 시베리아로 날려 버릴거야 " 등등
그러나 아빠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최고로 끔찍한 것은 안 나왔어. 자두를 잔뜩 먹이지만 않으면 괜찮아"
아빠의 대답에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며 걱정했던 아이들은 금새 유쾌해집니다. 온 가족이 유쾌해지죠. 그리고 벌을 받았지만 아이들은 불평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금새 텔레비전이 없어도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사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아이들의 상상을 통해 자연히 아이들의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또 좋은 해결책을 찾게 되는 즐거운 이야기이면서도 지혜로운 부모상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네요. 만약 내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면 전 금방 화냈을 것 같아요.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도대체 버릇이 없어. 어디 어른한테.."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상상은 그냥 상상일 뿐이고 순수한 마음의 표현일 뿐인데 말이에요. 자세히 생각해보면 책에서 아이들이 말한 것도 다 아이들이 읽은 명작 동화들에 나오는 것들이에요. 그순간 아빠가 싫고, 또 아빠가 없으면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그런 말들이 튀어나오는 거지요. 지혜롭게 대처해서 아이들의 마음도 읽어주고, 그래서 속상한 마음 갖지 않고, 불만 가지지 않고 벌을 받아들이게 한 아빠가 너무 멋지네요. 이 책을 보지 않았다면 저는 아이들의 마음도 못 읽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더 화내고 야단치는 엄마가 되었겠지요. 이 책을 읽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
우리 아이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좋아하는지.. 큰녀석은 아예 읽다가 뒤로 넘어가고, 둘째는 연신 아빠를 쓰레기 자루에 넣었다는 말을 하면서 좋아합니다. (엄마가 아니라 다행이에요^^) 아마 아빠에게 불만이 많았나? 그래서 이 말을 듣고는 은근히 아이들 아빠가 걱정하기도 했답니다. 위기위식을 느낀다나요^^ 둘째는 유치원에 갖고 가기까지 하면서 책을 읽습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정말 재미있어할거에요. 단 부모님들은 위기 의식을 가지면서 책을 읽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