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간만에 시집을 손에 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어쩜 더 각박해진 인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시집을 읽고 있자니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그 시절엔 그랬다. 어어쁜 시가 잇으면 열심히 베껴두고, 무지연습장도 좋은 시가 있는 표지를 고르곤 했다. 그 시절 연습장에 종종 등장한 표지가 바로 서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별 헤는 밤이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연습장에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한 번 앞표지를 보면서 시를 읽고, 그리고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문제를 풀던 그 시절에는 시를 읽는 것이 정말 큰 기쁨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 한 건 낯익은 시인의 목소리이기때문이기도 하겠지. 그당시 보던 이해인 시인의 시를 다시 보게 되니 그 시절과 맞물리면서 참으로 반갑다. 시인의 전작에 대한 느낌은 주로 꽃을 소재로 하였고, 맑고 투명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분의 시에 대한 느낌이 동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작은 일상에서도 감사를 느끼고, 작은 꽃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인의 눈길을 시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시 - 물론 여러 편이 있긴 하지만 - 는 바로 "오늘도 시간은"이다. 오늘도 시간은 빛나는 선물입니다. 녹슬지 않게 갈고 닦아야 할 보물입니다 시계 위에만 있지 않고 종소리에만 있지 않고 내 마음 깊은 곳에 강물로 흐르는 시간 내가 걷는 길 위에 별로 뜨는 시간 소중히 안아야만 선물로 살아오는 시간 오늘도 행복 하나 나에게 건네주고 싶어 빙긋이 웃으며 걸어오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