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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귀찮아! - 아무것도 안 하고 살면 안 되나요? ㅣ 파랑새 인성학교 4
모르간 다비드 글 그림, 이재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주인공 테오는 모든 면에서 귀찮은 아이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조차 힘들다. 선생님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엄마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친구들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늘 방관자처럼 그렇게 살 뿐이다. 그런 어느날, 테오의 손에서 스멀스멀 이상한 털이 자라기 시작한다. 자라고 자라고 자라더니 그 털은 순식간에 테오를 칭칭 감았다. 그런데 너무 질겼기 때문에 그 털을 제거하는 것이 어려웠다. 테오는 부르짖었지만 누구 하나 테오를 도와주질 않았다. 어렵고 복잡해서, 힘들어서, 귀찮아서 못 도와준다고 테오에게 모든 이들이 입을 맞추었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마치 예전의 테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테오는 예전의 자기의 행동을 뉘우친다. 이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도와줄거에요하고 이야기하자, 점점 그 털이 작아지기 시작한다. 게으름도 버리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정말 테오는 변했다. 엄마가 말씀하시기도 전에 쓰레기를 갖다버릴 정도로 적극적이고 부지런한 아이로 말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네가 그렇게 하면 남도 너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고. 또 귀찮아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부지런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세실 왈로 심리학자의 가이드와 책의 내용은 약간 엇박자인 듯 하다. 무기력한 아이의 행동은 사실은 숨겨 놓은 고통의 또다른 표현이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우정, 연대감에 눈을 떠가는 과정일 수도 있기에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잘 대화해보라고 어드바이스를 해주지만, 책 내용은 무시무시한 털이 자라면서 그 털에서 벗어나기 위해 테오가 다급한 마음으로 앞으로는 잘 할 것이라는 반성을 하고 있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 좀더 아이의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풀어나갔다면 더 멋진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뒤에 있는 조선미님의 조언처럼, 아이가 자율성을 격려받지 못해서, 애착이나 가족 관계의 문제로 자신감있게 적응하기 어려울 때 아이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게 되는 지에 대해 좀더 보여주고, 그러한 도움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 지 책 속에서 보여주었다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되었다면 이 책의 깊이가 더욱 깊어졌을텐데 아쉽다. 파랑새 인성학교의 다른 시리즈에 비해 조금 나로서는 아쉬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