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력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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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한숨을 쉬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마음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몸이 낡고 지쳐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럴 때면 곧장 변명을 한다. 아, 한숨이 아니라 큰숨이에요.

뜨거운 탕에 들어가거나 따뜻한 차를 마실 때, 자리에 앉거나 일어설 때 언제부턴가 “아이고“ 소리는 필수 추임새가 되었다. 몸의 긴장이 풀리는 느낌. 이 소리가 없이는 위의 행동들을 수행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게다가 요즘 종종 하려던 말을 내뱉기 직전에 잊거나, 5회째 보고 있는 드라마에 나오는 주연 배우의 이름을 까먹고 있다. 30대 후반, 내 노인력은 상승하고 있다.

작가는 노인력을 ‘마이너스의 힘’이라고 정의한다. 늙음으로써 쓸모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최근에는 10년 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던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자주 생각하지 않고 시간도 지나다보니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내게도 노인력이 발현되었다 생각하니 괜히 뿌듯했다. 잊기 힘든 것도 노인력을 동원하면 잊을 수 있다. (물론 기억하고 싶은 것도 같이 잊어버리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야구선수가 날아오는 공을 전력이 아니라 적당한 힘으로 쳐야 득점 가능할 때 “노인력을 발휘해”라고 말하면 된다는 용례를 읽고 이 힘이 전 세대에 걸쳐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 글 끝에 함께 실린 노상관찰 사진에서 사물들이 보여주는 노인력도 웃음을 짓게 한다. 이런 유머를 곁에 둔다면 드문드문 내게 나타나는 노화 현상도 조금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노인력 #안그라픽스 #아카세가와겐페이 #서평 #북스타그램

📚안그라픽스 @ahngraphics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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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교육영화 수업 - 한 권으로 끝내는 교육영화 제작 가이드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4
구자경.이해중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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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글모음집을 만들면서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을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있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삽화를 그리고, 직접 책을 편집하고,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책을 판매하고, 저자 사인회까지 했던 무모하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글쓰기에는 영 젬병이지만 책을 스무 권씩 팔아오는 영업왕을 발견하며 정말 각자의 재능은 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교육영화 수업>은 교육영화를 소개하며,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더욱 더 넓은 분야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 말고도 카메라 밖의 역할도 무궁무진하다. 촬영, 미술, 음악, 스타일링, 홍보까지. 영화의 종류도 짧은 공익광고, 극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하다. 책은 초등, 중등 수준의 영화 제작 과정을 학급, 동아리에서 제작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만 있으면 정말 영화 한 편을 뚝딱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요즘은 영상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나도 할 수 있을까 괜히 주눅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잘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닌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 도전해보는 것, 그 안에서 협동하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머릿속에서 또 어떤 아이디어가 반짝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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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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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애도’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수년 간 여러 사회적 참사를 겪었지만 지난 해 일어났던 사건들은 다른 의미로, 다른 방식으로 아팠다.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무기력했고, 어디든 말하고 싶었고, 그러다 그냥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가, 분노를 표현하고 동료들과 연대하다보니 조금씩 마음이 나아졌다.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땐 단순히 교사를 위로하는 에세이같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학교의 구성원이 누군가를 잃었을 때, 함께 애도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특히 잘못된 애도의 말과 권하는 말의 목록을 보면서 반성했다.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상처가 되는 말을 하지 않도록 말을 잘 골라야겠다. 예상하던 것과는 달랐지만 이 책을 곁에 두고 있다면 조금 더 적절한 방법으로 슬픔과 애도를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애도에 서툴고, 그 과정에서 남은 사람들은 더욱 죄책감과 슬픔에 짓눌린다. 애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자세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을, 어렵지만 교실에서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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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관찰학 입문
아카세가와 겐페이.후지모리 데루노부.미나미 신보 지음, 서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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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기웃거리기를 좋아한다. 새로 붙은 간판이나 포스터를 발견하면 꼭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여행을 가면 맨홀 뚜껑 디자인을 본다. 출근 시간 버스 정류장에사 늘 마주치는 사람들의 옷차림, 스쳐가는 버스 광고, 공연 현수막 같은 것들이 다 흥미롭다. 그래서 사람이 붐비는 건 싫지만 도시는 좋아한다. 그러다 우연히 마주친 ‘노상관찰학’이라는 용어에 매료되었다. 내가 혼자 즐기던 것들을 함께 하던 이들이 있었다니!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그들은 ‘토머슨’ 즉, 삭제된 곳에 남겨진 것을 찾아 관찰한다. 이것은 한때 실용적이었지만 지금은 실용성을 잃은 부분이다. 목적지 없이 오르내리기만 가능한 순수 계단, 비를 가려줘야 할 (우체통이나 초인종 같은) 대상이 사라졌지만 벽에 붙어 있는 차양 같은 것들이다. 실려있는 여러 사진들 중 저항 없이 웃음이 터진 사진은 벽에 달린 셔터다. ‘일상이 토머슨’이라니.

이렇게 토머슨은 예술과 기록학에서 조금씩 벗어나 재미를 추구한다. 이것은 시스템화되는 순간 재미가 사라진다. 진짜 오로지 재미만을 위해 노상관찰학자들이 관찰한 결과들을 보고 있자면 과연 일본은 오타쿠의 나라답다는 생각이 든다.

토머슨은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종종 내가 사는 구축 아파트에서도 토머슨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일주일 중 하루 자동차를 안 타는 ‘무지개 운동’ 벽보인데, 지금은 무지개라고 하면 퀴어가 떠올라 “1997년에 무지개 운동이라니! 그 시절 사람들이 더 진보적이었다!”며 이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렇게 오래된 공간에선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뒤틀린’ 것을 찾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만 지나면 재개발을 해버려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들어가는 것이 정이 없달까, 편리하고 깔끔하지만 지루하다.

노상관찰학이라는 용어도 신선했지만, 노상관찰학의 실제 사례를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소설을 쓴다면 노상관찰자를 등장 인물로 넣어보고 싶다. 디자인 분야의 책이고 잘 모르는 일본 예술가들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조금 낯설긴 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다.

#노상관찰학입문 #안그라픽스 #아카세가와겐페이 #초예술토머슨 #서평 #북스타그램

📚안그라픽스 @ahngraphics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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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 공감이 진짜 실력이다 - 세상을 바꾸는 교실 공감교육
도대영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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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사회에 대한 많은 담론이 생겨나고, 인공지능 교육이 부각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미래 사회, 공감이 진짜 실력이다>라는 책의 제목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학생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책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정서적 반응을 담당하는 부분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쪼들리는데 타인의 마음에 공감할 여유가 어떻게 생기겠는가. 그러나 공감 능력이 저하되면 서로 마음의 상처를 줄 것이고, 그것은 또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니 악순환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것이 곧 공감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뇌의 가소성 덕분에 공감 능력은 변화 가능하다고 한다. 이 책의 2장에는 다양한 공감 교육 활동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감정 체크인을 매일 하고, 감정 일기 쓰기 등도 하고 있었지만 너무 바쁜 일과 중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소개된 제안을 세심히 읽으며 내년에는 좀 더 공감 능력을 키우는 학급 운영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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