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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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풀꽃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선생님의 52번째 시집입니다. 


작년 한해, 선생님은 꽤 지독한 우을증과 번아웃을 경험하셨답니다. 그래서 우울증 약도 드셨고요. 사람도 안 만나시고 칩거생활을 하셨다는데요. 


그때 허방지방 어지럽던 시기에 쓰여진 글들을 모아 시집을 내신거라고 하네요. 


이 시집의 세가지 키워드는 오늘, 나, 집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소중한 것들이잖아요. 


시가 역시나 좋습니다. 


뭉근하게 졸인 구수한 시골 된장같기도 하고 투박하고 순수한 소년의 마음 같기도 하고요.  


시대와 젊은이들을 귀하고 어여삐 여기시는 마음을 잘 나타나 있어요. 


그러면서도 자신에게는 매섭고 날카롭게  대하시는 모습, 한순간도 초심을 잃지 않으시려는 모습이 느껴저서 시집임에도 참으로 배울게 많은 글이었어요. 



압축되고 정제된 글 속에서도 선생님의 따뜻하고 선한 면모가 많이 드러나거든요. 


이미 돌아가신 어머님이 너무 그리워 생전 핸드폰 번호를 삭제하지 못하셨대요. 혹여라 어머님이 받거나 다른 분이 받을 수도 있을까 그 순간도 상상하기 싫을만큼 어머님이 그리우신듯 했고요. 


​시인 박목월 선생님을 마음의 아버지, 시의 아버지라 칭찰만큼 존경하고 또 존경하시는 마음, 43년 교직생활을 하고 떠나온 교편생활에 아쉬움, 남은 동료 교사들의 미안함, 죄책감이 드는 시에도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에게는 일상의 소소함이 어느것 하나 소소하지 않더라고요. 모두 시적 영감의 소재로, 친근한 언어지만 그 속에 진중함과 사려깊음이 묻어나니까요. 


시들이 어느 것 하나 쉽게 쉽게, 빨리 빨리 읽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만큼 많이 위로받고 많이 공감이 되는 시였고요.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는 시 제목답게 시어와 소재에 집이 참 많이 등장하는데요. 


따뜻하고 포근하고 위로받고 쉴수 있는 공간, 엄마품같고 가족의 이미지가 많이 그려졌습니다. 



나태주 선생님께 집, 고향 속 기억은 외할머니가 많으셨던 것 같아요. 갓 서른이 넘어 과부가 되신 외할머니는 외손자인 나태주 선생님을 지극히 사랑하셨더라고요. 선생님을 열살이 넘도록 업어주셨고요. 



선생님의 첫 발령지인 임지에 같이 따라오셔서 옆 방을 얻어 사시면서 선생님을 챙겨 주셨다해요. 


선생님의 제자들이 외손자인 나선생님을 "선생님"이라 부르면 그리 좋아하셨다 하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텐데 이렇듯 할머니에 대한 기억, 그리움을 시로 표현하신 선생님의 마음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어요. 


시인은 정말 타고나는 것 같아요. 


시가 따뜻한데 뭔가 애리고 아프고 가엾고 그랬습니다. 


이것이 시인이 우리를 보는 마음이겠지요. 



평범함 속 비범함이 팡팡 터지는 시, 


넉넉하되 욕심없는 시입니다. 



덕분에 많이 울고 웃었습니다. 많이 행복했습니다.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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