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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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습니다.

소녀와 소녀의 바보같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소설이 시작되어서요.

문제는 소녀의 집안이 대대로 천주교를 믿어왔고 그때문에 산골에도 신앙의 박해를 피해 숨어살고 있는거였거든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끝내 아름다운 결말을 맺지 못합니다. 소년의 어머니의 내부고발로 인해 소녀의 부모님은 순교를 하고 맙니다. 순교한 주검을 찾아주는 일은 소년의 아버지가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미 소녀는 소년과의 인연을 끊고 그 길로 정처없이 떠돕니다. 소녀의 이름은 '초향'입니다.


소녀 집안의 천주교 전력이 1801년 신유년, 1866년 병인년의 순교의 현장과 더불어 생생히 담겨 있답니다.

정신을 놓고 떠돌다 부모님의 고향 어귀에서 또다른 인연으로 나이많은 노총각 '춘삼'을 만납니다.

춘삼과 초향은 서로에게 우렁각시같은 존재가 되며 길고 긴 세월을 살아갑니다. 그 인내의 세월은 춘삼의 눈물겨운 순애보가 있었고


어느 추운 겨울 아사, 동사 직전의 초향을 구하며 결국 그들은 부부의 인연을 맺고요. 딸아이를 낳습니다. 그 딸아이의 이름이 '송이'입니다.

딸 송이도 송이 나름대로 곡절의 세월을 살아갑니다. 빼어난 외모와 운동신경으로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지만, 다리를 절며 가판에서 고등어 파는 일을 하는 어머니 초향을 부끄러워 합니다.

송이는 술취해 자신을 겁탈하려는 민영민에게 화로불을 던집니다. 그때문에 민영민은 얼굴은, 송이 자신도 손을 크게 다치고 말고요. 엄마처럼 자신도 장애인이 되고 만거지요. 그토록 좋아하던 운동도 할 수 없는 몸이 되었고요.

그들의 종교는 천주교였지만 실제 고난과 부침이 있을 때마다 그들을 구원한 것은 '고등어'였습니다. 애시당초 소년과 처음 만났을 때도, 소년의 어머니에게 눈치밥을 먹으며 배웠던 고등어 염장이, 그들을 가는 곳마다 살립니다.

초향은 자신이 고등어의 인생으로 여러번 비유하며 딸에게 조언하고요.

식민지와 전쟁을 겪을 때마다 주린 배를 곯으며, 생계를 걱정할 때마다 초향은 고등어를 팔거나 요리하며 집안을 건사했으니까요.

딸 송이는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 원이와 중국 상해로 건너갑니다. 중국에서의 생활도 가히 녹록하지는 않지만 타고난 미모와 출중한 외국어 실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킵니다.

아무리 봐도 엄마와 딸 송이는 비슷한 행보를 걷습니다. 엄마처럼 늦은 나이에 딸아이를 하나 더 낳게 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이 '유화'

자신도 엄마처럼 억척스럽게 집안을 건사하고요. 결국에는 엄마처럼 생선가게를 하고 음식점을 내기도 하고요. 물론 고등어를 가지고 말이지요.

그들이 가는 곳마다, 길목에 고등어가 있었습니다. 결국 고등어는 그들 자신이니까요.

비록 비린내가 나고 산이 아니라 바다에 살아야 하지만, 어떻게 간잡이를 하느냐, 어떻게 요리하고 맛내느냐에 따라 훌륭한 음식으로 변하는 맛의 생선. 고등어요.

처음에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읽고는, 갓 잡아올린 고등어처럼 파릇파릇, 등푸른 싱그러움을 안고 있는 소설이라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천주교 박해, 식민지, 6.25 전쟁, 4.19 등) 150년간의 3대 여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고등어 등의 푸른 멍같이 느껴졌습니다. 시퍼런 멍이 인장처럼, 훈장처럼 단단히 박혀 있는 소설같아요.

150년 질곡의 세월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관통하며 잇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여겼고요.

소나기로 시작했다, 파친코, 미나리보다 더 깊이 감동한 소설입니다.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역사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재미있는 역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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