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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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제목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낚시성 제목이겠거니,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에세이라고 생각이 들어 집어든 책이었는데

누구보다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유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박완서 소설 <옥상의 민들레꽃>이 생각이 났다.


저자는 열 한살, 박완서의 소설 주인공은 일곱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


보호받고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들이 일찍부터 어른들의 죽음을 목도하여 큰 충격을 받는다.

또 무관심, 냉대 및 폭행을 견디다 못해 옥상에 올라와 자신도 같은 선택을 하려 했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옥상에서 스스로 간절한 희망을 찾는다.


박완서의 아이는 옥상에서 핀 작은 민들레꽃으로, 저자는 새벽을 지나 아름답게 피는 일출을 보며 그날 죽지 않은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죽음, 2장은 삶, 3장은 그리고 나.

1장에서는 제목 그대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죽음에 대한 자신의 경험, 매일 죽음을 생각하던 어린시절, 학대와 폭행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던 어린시절과 상처, 예기치 않은 죽음을 언제든 준비하려는 마음가짐 등 꽤 좋은 내용들이 많아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는 지속되는 폭행, 폭언으로 지독하게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듯 하다. 너무도 안타까웠다.

문체가 차분하고 담담해서 더 슬펐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장면들이 많았으나 마치 자신의 경험이 아닌듯, 최대한 객관적인 서술을 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혹시나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마음이 고왔다. 진정성을 느꼈다.


2장, 3장에서는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좋은 벗들을 사귀며 긍정적이고 밝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을 주고 받고 좋은 추억을 많이 쌓는다.


희망의 아지랑이가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느낌. 읽으며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했다.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상처준 사람을 만나 용기있게 사과를 해달라 부탁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여전한 욕설과 인신공격, 변한 것은 없었다. 단지 자신이 변했다는 것.


저자는 상처는 받았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다. 자신을 지키고 단단해지는 법을 알고 있기에.

그 때문에 절뚝거리며 살지라도 괜찮다 한다. 절뚝거리며 살아도 당신은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흘려보낸 무수한 시간을 이제는 아까워하지 않는다 한다.

심연 속 바다같이, 침잠해 있던 그 시간을 통해 지금의 자신이 있음을 안다고.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고, 어둠이 필요한 시간도 있다고.


성찰의 무게로 여기는, 가볍지 않은 마음에 깊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문체가 상당히 아름답고 예쁘다. 시어같은 은유표현도 좋고.

마냥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정서만 담겨 있지 않고 좋았다.

내용도 길지 않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죽음', '삶', '나'라는 트라이앵글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쓴 에세이책이었다.

좋은 책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을, 내 장례식에는 저자처럼 맛있는 케이크를 두련다.

슬프고 아프기만한 장례식은 싫다.

케이크처럼 달콤하고 달달하게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니까.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차분하고 따뜻한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원하시는 분,

추천드리는 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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