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벽 - 평화로운 일상을 가로막는 냉전의 유산
김려실 외 지음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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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인의 <냉전 연구 모임> 연구자들이 2023년 7월 27일 다가오는 정전협정 70주년을 기해 냉전과 세대의 벽을 공략하기 위해 엮은 책.

연구자들이 쓴 책이라 출처가 대단히 명확하고 논지 역시 ​간명하되 분명하다 느낀 책.

내용이 깊이와 밀도가 상당한 책이라 많은 사람들이 여러번 읽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책은 3장으로 나뉘며 1장에서는 냉전의 신화, 2장에서는 어린이의 얼굴을 한 전쟁, 3장에서는 냉전과 일상에 대해서 다룬다.

1장의 냉전의 신화에서는 맥아더와 냉전의 괴수라 지칭되 미국,일본, 한국 영화속 괴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맥아더 신화>의 허상과 실체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반공을 국시한 이벤트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역시 월미도의 무고한 민간의 희생이 은폐, 무시된 결과였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미국, 일본, 한국 영화속 나타나는 괴수들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는데

- 미국은 전장 기록 기술의 발달로 괴수SF기술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 단순한 선악구조.

- 일본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서사설정이 특징. 핵무기, 핵실험으로 깨어난 괴물 <고지라>를 통해 희생과 동정으로 일본을 포장, 전범 가해국이 아닌 핵무기에 얽힌 국민 감성을 통합을 위한 그림, 일본인의 복합적 감각을 소비할 수 있는 있는 형태로 변형된 결과.

- 한국의 <용가리>는 신파, 멜로, 반공 영화, 군인과 과학자를 해결사로 강조, 권력구도 속에 국민을 어떤 모습으로 의미화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음.

지도자들의 입맛에 따라 신화와 대중문화가 진영의 얼굴, 시대의 표상이 된다는 사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좌우 진영의 전리품처럼 그들의 장기집권을 위해 국민들의 숭고한 피값이 버려졌다는 생각에 몹시도 마음이 쓰라렸다.

2장에서는 전쟁고아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쟁의 얼굴은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닐진대, 2장의 주제는 어린이의 얼굴을 한 전쟁이라 말하고 있다. 전쟁고아의 비참한 생활, 또 현재 아이들이 공교육 현장에서 듣고 있는 통일교육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6.25 당시 남북한 합하여 전쟁고아의 수는 무려 10만명이었다 한다. 현재 고3 수험생이 약 50만명, 국군이 약 60만명임을 견주어본다면 실로 엄청난 숫자. 고아원이 넘쳐났고 공적 영역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다.

결국 고아문제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미군 중심의 군인 구호나 독지의 도움에 의존했다. 외국의 원조나 종교 단체에 대부분 의존했다는 것.

1950년 6.25에서 2023년까지 73년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잊혀진 아이로 그늘속에 자랐을 일흔이 넘어버린 전쟁 고아의 피맺힌 절규에 가슴이 먹먹했다.

현재 용산 미군기지는 한국으로 반환될 예정이나 생각보다도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환경 오염과 그에 따른 정화문제, 오염의 심각도를 파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남의 땅이었던 용산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길 바란다는 저자의 글에 절대적으로 동감했다.


나는 전쟁을 잘 모른다.

내가 경험한 전쟁은 모두 미디어를 통해서였다.

이산가족, 위안부 할머니, 걸프전, 얼마전 러이사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모두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전까지 전쟁이라는 것이 이토록 일상과 개인, 특히 아이와 여성에게 극악무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책에 따르면 전쟁고아와 냉전의 여자들(용산기지촌의 여성들. 일본 오키나와 기지촌, 부산 점전동 300번지 여성들) 그들의 흔적과 기록은 이미 사장된 지 오래. 가장 약하고 힘이 없기에 온갖 고통 속에 노출되어 있었으나 정작 기록되지도 못한 존재가 전락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값지고 가치있게 여겨졌다.

일상 깊숙이 스며진 냉전의 유산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고

냉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그네들의 노력을 알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냉전과 전쟁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

냉전의 유산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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