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눈물 딱지 시리즈 5
유승환 옮김 / 두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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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36년에 홍문서관에서 펴낸 딱지본소설

<딱지본소설>

20세기 초반 조선에 새로 도입된 활판인쇄술을 통해

간행된 대중소설.

독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화려하게 색칠한 게 유행이었는데

울긋불긋한 표지가 아이들 딱지와 비슷하여

'딱지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함.

딱지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명칭이 생소했지만 내용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경제 침체, 취업난, 실업의 고통, 전쟁의 위기, 사라지거나 죽는 사람들, 그 속에 파고드는 범죄의 위협 등이 이 소설에서 드러나는 대공항 시대 조선의 풍경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실업자 하원근이다.

하원근은 중국 상해의 인쇄용활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10년동안 일한 숙련공이기도 했던 그가 조선에서는 그저 실업자신세일 뿐이다.

그래서 가난에 시달리던 실업자 하원근이 수상한 취직자리를 얻었다가 엽기적 사기 결혼 사건에 휘말린다는 내용이 책의 줄거리다.

수상한 취직자리를 제안한 원근의 고용주는 변호사 최문섭이었다. 문섭은 삼청동 윤충원이란 부호의 집 재정 고문으로 일한다.

원근을 전덕술이라는 인물로 둔갑시켜 혜순과 결혼시키려는 음모의 이유는 역시 돈때문.

윤부호의 미망인 황씨부인이 찾고 있는 전덕술을 찾았다 속이고 그의 딸과 결혼시키려 하는 것 역시 그의 재산을 편취하기 위해서.

원근은 부양해야 할 가족을 위해 최문섭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가짜 전덕술 행세를 하게 된다. 몇개월째 자신의 진짜 가족도 만나지 못하고 전덕술의 가짜 가족과 살아간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가며 반대로 전덕술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다 최문섭이 혜순과의 결혼을 계속 강요하자 원근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며 폭발하게 되는데....

결국 권선징악의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신파, 비애, 대중 소설이었다.

짧은 글이었으나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역사적 고증과 소설의 디테일한 설정, 현대어로 번역된 글과 원문이 같이 실려 있어 비교하며 읽는 묘미도 있었다.

하원근이 거주한 신설동 지역은 당시 1930년대 직물 공장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경공업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곳, 가난한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한다.

만주에서 비적단에게 총살당한 전덕술의 죽음 역시 1931년 만주사변, 1932년 만주국 수립 이후 만주의 전반적인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식민지 조선 노동자들의 불우한 처지를 디테일하게 설정해 놓아서 저자의 말대로 본격 노동소설이라 불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착실한 노동자가 되고 싶은 원근의 소학행에 진한 연대감을 느꼈던 책.

귀한 책,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딱지본소설을 좋아하시는 분

1930년대 소설에 관심이 있으신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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