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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위상학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평점 :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님이 <<폭력의 위상학>> 신간을 내셨다.
한병철 님의 글은 깔끔하고 날카롭다. 씁쓸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그려내주신다.

책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말 그대로 물리적 폭력, 멍이 드는 폭력을 말하는 걸까 싶어 다소 두려운 책이겠거니 했는데,
우리 사회 도처에 깔린 추상적 폭력(사실 사람들은 폭력이라고 생각조차 안했을 영역이 될 수도)을 말하고 있는 책이라,
오랜만에 사회학 관련 서적을 재미나게 읽었다.

단순한 사회학 서적이라고 하기엔, 현대의 '우울감, 우울증'에 대해 논하며,
프로이트의 학문을 인용키도 해, 심리학과도 접목된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폭력의 위상학은 우선 부정성의 형태로 나타나는 폭력, 즉 자아와 타자, 내부와 외부, 친구와 적 사이의 이원적 긴장관계 속에서 전개되는 거시물리학 현상으로서의 폭력에 관심을 기울인다. 8쪽
돈 혹은 자본은 죽음에 대항하는 수단이다. 심층심리적 층위에서 자본주의는 실제로 죽음 및 죽음의 공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자본주의의 원시적 차원은 이 점에서도 나타난다. 축적과 성장의 히스테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상호 제약 관계에 있다. 자본은 응결된 시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돈으로 남에게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한 자본은 무한한 시간의 환상을 낳는다. 자본의 축적은 죽음, 즉 시간의 절대적 결핍에 대항한다. 기한이 있는 삶의 시간에 직면하여 인간은 자본 시간을 쌓아올린다. 34쪽
우울은 병적으로 교란된 자기와의 관계다. 프로이트는 그것을 타자와의 관계로 해석한다. 우울병자가 자기 자신에게 가하는 폭력은 자아 속에 있는 타자를 향한 것이라는 점에서 부정성의 폭력이다. 내 속의 타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일관되게 조직하는 부정성의 공식이다. 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