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
야마시타 겐지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김보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3년 3월

초등학교 6년 내내 한 마디도 말한 적이 없는 아이,

목소리를 들은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군다나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가 책으로 나왔다면 누구나 궁금할 것이다.

표지 가득 뭔가 단호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보다

<한마디도 하지 않겠어>의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띠지에 그렇게 쓰여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야마시타는 장난기도 많고 가족들과는 곧잘 수다를 떨지만

6학년이 될 때까지 야마시타의 목소리를 들어본 친구는 아무도 없다.

이름을 물어봐도 묵묵부답,

피구공에 얼굴을 맞아도 묵묵부답,

합창대회에 나가도 입만 벙긋벙긋,

심지어 공개수업에서 가족 소개 글도 카세트 테잎에 녹음해서 들려주는데

그 목소리가 야마시타 목소리인지, 형의 목소리인지 알 수도 없다.

드디어 졸업식 날 졸업증서를 주기 위해 “야마시타 겐지”라고 부르는 선생님께

“네”라고 대답했지만 그 대답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야마시타는 친구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처음 학교에 입학하고 너무 부끄럽고 쿵쾅거리는 마음 때문에 말하지 못했을까?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조금씩 야마시타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얘기하고 싶어서 입 벌린 친구들을 그리기도하고,

목소리까지 녹음해서 들려주다가 졸업식 날엔 “네”라는 대답까지 했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작은 도전을 시작하는 야마시타를 응원하며 읽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른이 된 야마시타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서점을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되었었다.

기다려주고, 관심 가져주고, 작은 변화에 감탄해주는 누군가의 작은 행동이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용기와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이 감동이다.

야마시타에게 비록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라도 대답하고 싶게 만든 힘은

6년 동안 함께 지켜봐 준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사랑과 관심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힘은 야마시타가 제 몫을 다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다.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
차은정 지음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3월

#너에겐정말커다란의자야

#차은정_글_그림

#후즈갓마이테일

떠나보내기 아쉬운 과거의 추억에 갇혀 현재의 시간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을 것 같다.

<너에겐 정말 커다란 의자야>를 읽으며 무릎 딱지 책이 떠올랐다.

엄마와의 이별을 힘들어하는 아이와

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초록 줄무늬의자를 버리지 못하는 티티가 무척 닮아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는 신기한 버스를 올라탄 티티는

자신도 모르게 등이 휘도록 무거운 의자를 짊어지고 다니는 아이다.

버스에 올라타 보니 자신처럼 한가지씩 머리에 얹고 다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버스가 멈출때마다 아이가 한 명씩 내렸고 드디어 티티가 내릴 장소에 다다랐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는 티티가 짊어진 의자를 설명해 주셨고

그제서야 티티는 그 의자가 어떤 의자인지 생각이 났다.

티티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할머니와의 추억을 품고 있었음을 떠올렸고

자신의 어깨 위에 얹힌 의자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티티는 망설임 없이 의자 다리를 잡고 들어 올려 어깨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할머니와 헤어져 버스를 타고 되돌아왔다.

의자의 무게에 짖눌려 늘 고개를 숙이며 다니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했던 티티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무척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충분히 애도하며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티티의 의자처럼 그리움으로, 아쉬움으로 우리 마음을 무겁게 짖누를 것이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는 꺼내 놓고, 받아들이며 이별을 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자신의 모습과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현재의 삶을 다시 힘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이다.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어느 시간에 머무를 수도 있고,

후회되고 아쉬운 마음으로 그 순간에 갇혀 있다면

이젠 훌훌 털고 자신의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티티가 생각한 것처럼 의자를 내려놓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위로 #그림책 #그림책추천

사자마트

사자마트 - 2024 경남독서한마당 추천도서, 2025 초등 4학년 1학기 국어활동 교과서 수록도서 ㅣ 바람그림책 137
김유 지음, 소복이 그림 / 천개의바람 / 2023년 3월

#사자마트

#김유_글

#소복이_그림

#천개의바람

벚꽃이 피는 봄에 생각나는 책 <마음버스>.

김유 작가와 소복이 작가의 마음버스가 서는 정류장 이름을 기억하나요?

바로 <사자마트>였죠.

사자마트는 주인 사자씨의 이름이면서

손님들이 물건 사러 많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예요.

사자만큼 큰 덩치,

사자 갈기처럼 흩날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사람들은 깜짝 놀리기도 하고

사자마트에 물건을 사러 오기가 쉽지 않았어요.

사자씨는 찾아 오는 사람이 없어도 아침 일찍 문을 열었고

밤마다 고양이 밥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보이는 외모 때문에 오해하며 무서워 했답니다.

아파드 단지에 정전이 된 어느 날 저녁,

101동 사는 자매가 드디어 사자마트의 첫 손님으로 찾아 온 날이였죠.

어두운 마트 안에서 촛불을 켜 든 사자씨 곁에서 아이가 이렇게 말해요.

“자세히 보니까 잘 보여요.”

“마.음.에.도.별.이.떴.어.요.”

드디어 103동 아저씨도 오시고, 102동 아주머니도 사자마트를 찾아옵니다.

깜깜한 밤중에 촛불처럼 환한 사자씨의 마음을 드디어 이웃 주민들이 알아 준거죠.

덩치 큰 사람은 무섭고 불친절 할거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사자씨의 진심을 먼저 알아봐 준 두 자매가 너무 고마웠어요.

오해와 이해의 간극을 메꿔준 자매와 주민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손님이 없을때에도 고양이밥을 챙기던 사자씨에게

은혜갚은 고양이 자매의 모습도 너무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졌지요.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며 빛을 전해주는 고양이 자매가

우리 동네 마트에도 찾아와 주는 날이 올까요?

친절한 사자씨의 사자 마트가 문닫지 않고 오래오래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주면 좋겠어요.

각자에게 심겨진 고운 씨앗들을 잘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귀하다는걸

<사자 마트>를 통해 잘 보여준 두 작가님도 또 다른 작품에서 만나 뵙고 싶네요.

#선입견 #편견 #자세히보면예쁘다 #자세히보면사랑스럽다

내가 갈색이라서 좋아

내가 갈색이라서 좋아 - 갈색이가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
줄리아 쿡.킴벌리 스미스 지음, 브리짓 반스 그림, 공경희 옮김 / 찰리북 / 2023년 3월

3월은 학생, 부모, 교사 모두 긴장하는 시간이다.

입학과 진급 과정에서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한해살이를 즐겁게 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에 도움을 주는 <내가 갈색이라서 좋아>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필통 안에서 여러 색연필과 어울려 지내는 갈색이는 친구들의 좋은 점을 찾았다.

검정이는 모두를 잘 보살펴.

노랑이는 늘 밝고 명랑해.

보라는 기발한 생각을 잘하고

분홍이는 얘기를 잘 들어주지.

하양이는 싸움을 잘 말리고

초록이는 아주 믿음직해.

연두는 항상 정직하고

주황이는 늘 재미있게 놀아.

파랑이는 속상한 친구들을 잘 안아 줘.

빨강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하지만 갈색이는 자신의 좋은 점을 찾지 못해 고민이었다.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을 발견한 갈색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넌 그냥 갈색이면 돼. 모든 색깔을 모두 섞으면 갈색이 되니까.”

각 색깔의 좋은 점을 다 안고 있는 갈색이는 검정이의 조언대로

다른 친구들의 마음이 되어 각 색깔 친구들의 좋은 점을 친구들에게 나누어 줬다.

거기에 친구들을 무시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마음까지 더하니

이미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 책의 주인공 갈색이처럼 자신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다양한 장점들을 발견하고

상황에 따라 그 장점들을 표현하며 친구들을 무시하지 않는 마음으로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준다면 누구에게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고

좋은 친구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코딱지 코지의 벚꽃 소풍

코딱지 코지의 벚꽃 소풍 ㅣ 웅진 우리그림책 100
허정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3월

바야흐로 벚꽃 시즌이다.

온통 봄봄이며 거리마다 벚꽃이 뿌연 몽환적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이 계절에

딱 읽어야만 하는 책 <코딱지 코지의 벚꽃 소풍>!

아래에서 벚꽃 나무를 쳐다보는 코지의 표정이 환하다.

그도 그럴 것이 콧구멍을 탈출한 뒤 처음 맞는 봄이라 벚꽃 구경을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사... 할머니가 감기에 걸려 외출이 힘들다.

할 수 없이 코지는 코비, 삼촌, 코코와 함께 벚꽃을 보기 위한 소풍을 떠나는데...

좋은 풍경, 맛잇는 음식 등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코지도 난생 처음 아름다운 벚꽃 구경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감기로 함께 하지 못한 할머니를 위한 배려와 사랑이 잘 표현된 이야기다.

하나하나 직접 빚은 클레이 작품들이 장면 가득 담겨 있어

그 정성스러움과 귀여움이 넘쳐난다.

마치 애니메이션 장면들처럼...

코지 시리즈를 보면 허정윤 작가님이 얼마나 섬세한 분인지 짐작이 간다.

떨어진 벚꽃잎으로 벚꽃 파마를 한다는 상상은 너무너무 기발했다.

머리 가득 벚꽃잎을 머리에 얹고 할머니 앞에 선 가족들의 모습은

그대로 한 사람씩 벚꽃 한 송이씩을 피워 올렸다.

나도 따라 해보고 싶은 만큼 예뻤던 벚꽃 파마!

앞으로 땅에 떨어진 벚꽃잎을 만나면 생각 날 장면이다.

이번주, 코지의 벚꽃 소풍을 들고 벚꽃 나무 아래 서보자.

그럼 바로 나도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