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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에런의 첫 번째 이야기 ㅣ 바람그림책 123
안드레아 비티 지음, 데이비드 로버츠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3월
평점 :
예전에는 1학년에 입학한 아이들 중 책을 잘 못 읽는 아이들은
단순히 지능 문제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문해력에 관한 얘기들이 화두가 되면서
난독증에 대한 정확한 개념들을 찾기 시작했다.
난독증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학습 장애의 유형 중 하나인 읽기 장애를 의미하며,
좁은 의미로는 글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독해력은 정상이지만
문자로 표기된 단어를 말소리로 바꾸는 해독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함>이라고 나와 있다. 즉, 말소리가 글자나 단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파악하는 데 뇌가 어려움을 겪는 증상으로 학습장애의 한 종류이다.
난독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에런은 이야기 듣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4살 때부터 날마다 그림을 그렸다. 에런은 진심으로 읽기를 배우고 싶었으나
글자들은 삐뚤빼뚤 꿈틀거렸고 거꾸로 서 있는 글자들을 읽어내기란 너무 어려웠다.
글자 읽기에 도전하고 좌절할 때마다 에런은 그림을 그렸다.
붉은 꽃무늬 점퍼를 입고 선생님께 드릴 꽃다발을 들고 입학식에 참석한 에런은 입학 후에도여전히 글자 읽기에 실패하고 나중에는 돋보이지 못할 바엔 차리리 눈에 띄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글자 읽기에 실패할 때마다 에런의 붉은 점퍼에서는 꽃이 우수수 떨어진다.
2학년이 된 에런!
라일라 선생님이 내준 <진심을 담은 이야기 한 편 써오기> 숙제를 하기 위해
밤새도록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에런은 결국 숙제를 마치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 앞에서 과제를 발표해야 하는 에런은 한참을 망설이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에런의 마음 속에서 새롭게 창조되어 날개를 단 것처럼 말이다. 에런은 이야기를 통해 특별한 힘은 바로 마음에서 우러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에서 라일라 선생님의 따뜻하고 친절한 모습은 에런은 물론 책을 읽는 나에게도 참 감동으로 다가왔다. 처음으로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에런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준 선생님으로 인해 복도 끝에 생긴 <일러스트레이어의 정원>이 생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붉은 점퍼에서 떨어졌던 꽃들은 에런에 의해 시들지 않는 꽃들로, 보는 이들에게 꿈을 향한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는 꽃들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이 책은 특별히 난독증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한글 글씨체를 개발 중인 분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읽기 쉬운 글씨체를 사용했다고 한다. 장애를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의 선한 도움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고, 또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 존중 교육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