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 ㅣ 마음그림책 14
클레르 르부르 지음, 미카엘 주르당 그림, 신정숙 옮김 / 옐로스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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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날마다 동트는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리를 청소하시는 분들,

새벽 버스를 운전해 주시는 분들,

아침 식탁을 위해 새벽 배송을 해주시는 분들,

그리고 <첫 인사>에서 만난 등대지기도.

 

새벽 6시.

달은 지고, 작은 배 한척이 항구로 돌아온 후 등대불이 꺼진다.

밤새 작은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반짝 반짝 길잡이가 되어 주던 등대와

그 등대를 지키던 등대지기가 자신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시작하는 시각이다.

자전거로 한 시간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등대지기 눈에 들어오는

풀과 꽃과 나무와 동물들의 아침 기지개.

 

아침 7시.

동네 빵집에서 풍겨 나오는 빵 익는 냄새에 끌려 빵을 사고

집으로 돌아온 등대지기를 반기는 강아지와 아들이 시작하는 하루의 첫 인사는

평화이고 행복이고 사랑의 인사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서서히 동이 터오는 느낌 그대로

짙푸른 빛에서부터 서시히 밝아지다 뒷면지는 노란 햇살을 맞이한다.

아이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등대를 보느라

밤사이 창문을 활짝 열어 둔 채로 아침을 맞이하는 모습은

아빠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 들었다.

 

간결한 문장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첫 인사>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리며

보는 내내 고요함과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충분한 책이었다.

뭔가 시끄러운 삶의 현장이 부담스러울 때 <첫 인사> 한 권 들고

조용한 카페나 공원을 찾으면 금방 회복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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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 2024년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책 ㅣ 모두를 위한 그림책 64
사라 빌리우스 지음,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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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칸스타 욘센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들의 특징은

화려한 색감은 말할 것 없고 하나같이 유연하고 너무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다양한 동작의 동물 포즈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그려낸

<잠을 자요>에 등장하는 수 많은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퐁퐁 솟아난다.

 

이번 신간 <꿀꺽>의 주인공 뱀도 무섭고 징그럽다는 이미지는 저 멀리 날려버리고

뱀이 이토록 무섭지 않고 사랑스러운 동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쥐와 뱀인데 이 책에서는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노랑뱀이 붉은 혀를 나름거리며 배고픔에 졸려 한다.

저 앞에 있는 생쥐 한 마리를 꿀꺽!

그리고도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먹이를 꿀꺽! 하는 꿈을 꾼다.

삼킨 동물들의 모양대로 변해가는 노랑뱀의 모습을 보며

어떤 동물들을 삼켰을지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슬며시 눈을 뜬 노랑뱀은 여전히 졸립고 배가 고프다.

그런데 이런 뱀을 지켜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등장하며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여전히 맛있는 먹이를 상상하는 노랑뱀,

그리고 뱀과 함께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며 따라가는 독자들의 시선이

마지막 면지의 장면에서는 실감나는 그림 앞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뒷표지 곳곳에 숨겨진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의 의미를 깨닫고는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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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마귀 - 2023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2023 ARKO 문학나눔 ㅣ 노란상상 그림책 95
미우 지음 / 노란상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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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어두운 산으로 꼭꼭 숨어든 까마귀가

마침내 찾아낸 진실 한 조각

“사물은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그저 내가 눈으로, 마음으로 미리 정해 버린 탓이다.”

 

자신을 향한 타인의 시선 속에 배인 선입견을 양분으로 삼아

나 스스로 자신을 옭아매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황금빛으로, 석록색으로, 자줏빛으로, 비취빛으로

새롭게 날아오르는 까마귀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검다고만 여기던 까마귀 깃털 속에는

사실 표지에서부터 점점이 알록거리는 빛깔들이 숨어 있었다.

 

날개를 다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까마귀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두려워 깊고 깊은 숲속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예전에 했던 실수를 반복해

자신의 것이 아닌 것들로 자신을 꾸미고 포장한다.

그때 들려오는 비난과 비웃음.

 

그것은 외부의 비난일 수도 있겠지만

난 까마귀 자신이 던지는 비난의 소리처럼 들렸다.

‘너는 어두워. 그렇게 어둠 속에서 틀어박혀 지내.’

자신 스스로를 상처내며 돌보지 못할 만큼 지쳐버린 시간에

누군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까마귀가 그런 사람을 만났다.

“까마귀가 검기만 한 건 아니야.

네 안에 있는 많은 빛깔들을 들여다 봐.”

그때 감았던 까마귀의 두 눈이 번쩍 뜨였고

이미 모든 색을 품고 있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까만색도, 금빛도, 자줏빛도, 비취빛도 드러낼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달은 까마귀는 더 높은 창공으로 날아 올랐다.

공작보다 더 빛나는 색깔들을 날개에 얹고서....

 

바라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와

주변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가 누군가를 자신만의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내 스스로에게 들려주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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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사랑하는 법 - 2023 학교도서관저널추천도서, 2024년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4년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책 ㅣ 모두를 위한 그림책 62
다비드 칼리 지음, 가브리엘 피노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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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화분을 머리에 얹고

밀림에서 사납고 악한 호랑이에게 총을 쏘는 사냥꾼.

 

아름다운 건 나만 볼거야.

호랑이를 그대로 철창에 가두고

 

쓸모있는 건 챙겨야지.

욕심껏 호랑이 가죽을 벗긴다......

 

<호랑이를 사랑하는 법>에선 자연을 호랑이에 빗대어 말한다.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며 보호구역을 정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만들어내고

자연을 향한 경외감으로 신처럼 섬기면서 과정 중에 자연을 훼손하기도 한다.

결국 호랑이가 사라지면 나도 살 수 없는 세상임을 깨닫기를 바라는

작가는 호랑이를 사랑하는 법을 우리 스스로 찾도록 길을 내준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개발해서 이익을 얻어내야 할 대상이 아니고

내 모든 고민과 연약함을 담당할 존재도 아니며

내가 지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치 않는

함께 살아갈 친구로 대해주는 일.

본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그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갈 때

나 스스로의 삶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이 주는 무게감이 가볍지 않았다.

 

뒷면지엔 머리에서 내려놓은 화분을 캔버스에 그리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숨겨진 탐욕이 드러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뿌리도 없이 꺽어 세워 둔 채로 그려지는 저 꽃은

그림을 그리고 나면 스르르 시들어 사라질 또 다른 자연임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나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는 일이라는

보편의 진리를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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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놀자! SPECIAL EDITION
박현민 지음 / 달그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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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상상력으로 재미를 더한

[엄청난 눈], [얘들아 놀자!], [빛을 찾아서] 등의 그림책을 출간한

박현민 작가의 <애들아 놀자!> 스페셜 에디션 책이 새로 나왔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신나게 뛰어 놀던 아이들을 표현하느라

검정색이 주조색 이었던 전작 [애들아 놀자!]를

선명한 보색 칼라를 도입해 색상에 변화를 준 <애들아 놀자!> 스페셜 에디션은

같은 책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2021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과

202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상을 수상한 박현민 작가

특유의 일러스트가 이번에는 의류 키즈 브랜드와 공동 작업을 진행한 것이라고 하니

그 의류 브랜드의 작품들도 더 기대가 된다.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동작, 장면은 모두 같지만

전작의 검정 배경은 다양한 색깔의 배경이 되었고

캐릭터들의 옷 색깔도 더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특히 판형의 변화가 큰데

작고 귀여운 정사각형 판형으로 변신해 아이들이 들고 읽기에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역시 천진난만하고 역동적인 아이들의 움직임과 스토리로

호기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늘 기대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님의

다양한 색감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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