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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룽과 함께 삽니다 ㅣ 찰리의 작은 책꽂이
최명서 지음, 황성혜 그림 / 찰리북 / 2024년 3월
평점 :
#나는블룽과함께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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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역과 옆 건물인 쇼핑센터 사이 공간에
비둘기들이 살고 있는 거 아시나요?
도신 건물 안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먹이를 주워 먹는 비둘기들이
맨 처음 봤을 땐 낯설고 신기했는데 가끔 보니 그 풍경도 익숙해지더라구요.
<나는 블룽과 함께 삽니다>라는 동화책을 읽을 때
바로 그곳의 비둘기들이 떠올랐었어요.
베란다 한 귀퉁이에 덮개를 씌워 자전거를 보관하고 있는 그 속에
비둘기 가족이 둥지를 틀고 지내지 뭐예요?
엄마, 아빠와 쿠룽과 블룽이 가족이예요.
그런데 블룽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있지요.
그건 바로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예요.
다온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준
소중한 자전거를 타려다 발견한 블룽의 가족들을 보고 너무 놀랐지요.
사실 블룽네 가족이 다온이네 베란다까지 오게 된 것은
비둘기가 살던 숲 속에 아파트가 생기면서 살 곳을 빼앗겼기 때문이기도 해요.
용산역사 안에 사는 비둘기도 블룽네 가족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터전을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도피처로 삼은 곳이 거기가 아니었을까요?
‘ㅊㄷㄲㄹㄱ’
숲이 아닌 아파트 베란다에서 살며 구박받는 블룽네 가족과
새엄마가 동생을 낳으면 자신이 이 신세가 될까봐 걱정하는 다온이가 떠올린
‘천덕꾸러기’라는 단어가 괜히 마음 아프더라구요.
작가님도 비둘기나 다온이가 모두 존재만으로 사랑받아야 함을
강조하시려고 ‘ㅊㄷㄲㄹㄱ’라는 챕터를 쓰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일 인상적인 소제목이었어요.
<나는 블룽과 함께 삽니다>를 통해 자연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서로를 보살피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결말을 보여주니 좋네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다온이는 블룽이 물고 온 벚꽃가지를 선물 받았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