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얼굴 Dear 그림책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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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그림책 중에 나의 인생 그림책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잃어버린 영혼>의 두 작가가

새로 만든 책이 나왔다.

지난 4월 말에 방한한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의 신작 발표장에서 만난 <잃어버린 얼굴>

전작과 마찬가지로 깊은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책이었다.

작가는 그림작가이지만 자신의 그림이 텍스트로써의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만큼 그녀의 그림에는 글 작가가 표현하기 어려운 또 다른 디테일을 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 곳에서나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가

자신의 취향과 너무 다른 글의 주인공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을 일을 생각하니

그림의 텍스트화라는 표현이 흥미로워졌다.

 

<잃어버린 얼굴>을 풀어가기 위해 고민하던 작가는 인터넷에서 이름 모를 어느 가족의

가족사진을 보고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또렷한 얼굴을 가진 주인공도 어린 시절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글 없이 또렷한 얼굴의 주인공이 찍었을 법한 어린시절 사진들로 이야기를 끌어냈다. 그리고 펼친그림으로 시작하는 부분부터 또렷한 얼굴을 가진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스마트폰을 사고 본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만족하며 다양한 사진을 찍는 내용이 분할 장면으로 등장한다. 여러 장소들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했을 것 같은 장면들이 마치 만화책의 한 부분처럼 그림으로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풀어 내는 또 하나의 실마리라고 했던 픽셀 기법을 사용하여 또렷한 얼굴을 사라지는 얼굴로 표현한 기법이 사용된 후반부 장면들은 작가의 설명을 들으며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또렷한 얼굴의 픽셀을 크게 잡으면 흐려지고 뭉개져 버림으로써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낸 작가가 놀라웠다. 그만큼 고민하다 보니 얻어낸 결과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렷한 얼굴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몸부림과 결과들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보다 남에게 보이는 삶에 치중하는 현대인들의 공허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잃어버린 얼굴>을 북토크를 통해 작가의 말로 전해 듣는 시간은 참 귀했다.

점점 확대되어 조여오는 픽셀의 느낌 속에서 자신의 얼굴이 사라져 가는 공포와 두려움은

결국 또다시 또렷한 얼굴을 찾을 수 밖에 없도록 우리들을 내몰고 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바꾼 그 또렷한 얼굴이 나만의 고유함이 아니라

누구나 갖는 판박이 얼굴임을 알면서도 곧 익숙해질 거야라는 대답으로 돌려받는

주인공의 마음이 마지막 장면의 사그라져 가는 스마일 물방울과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또렷하진 않지만 내 얼굴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내 안의 픽셀이 확대되어 헐거워지지 않도록,

나만의 고유함을 간작할 수 있도록,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챙기며 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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