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네

겨울 동네 ㅣ 웅진 우리그림책 97
나오미양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월

어느새 봄이다.

어제 아침 매화꽃을 보았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의 한 장면이 표지가 된 그림책인

<겨울 동네>는 여전히 겨울인데......

뒷마당에 가끔 사슴이 놀러 온다는 이야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를 떠나 이모가 사는 겨울 동네로 출발하는 주인공이

도착한 겨울 동네가 표지 그림이다.

크리스마스 카드의 한 장면 같은 겨울 동네의 그림이

벌써 아련한 느낌이 드는 건 지금이 봄인 까닭이겠지?

아이는 모든 활동에 사슴과 연결시켜 의미를 부여한다.

사슴처럼 채소를 먹고,

사슴이 오기 힘든 눈보라 치는 날씨가 아쉽기만 하고,

사슴 발자국을 찾아 못해 안타까워하고,

사슴처럼 점프하고 싶어 도전했다가 엉덩방아도 찧고,

사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사슴을 사진에 담으려고 카메라까지 준비했지만 사슴을 만나진 못했다.

결국 사슴을 찾아 나선 숲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는

때마침 자기를 찾으러 나온 이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뻔 했다.

끙끙 앓던 아이는 이모가 챙겨준 죽을 사슴처럼 오물거리며 먹었고

그날 밤 드디어 꿈속에서 사슴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겨울 동네>에서 작가는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지고 소중한 일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일은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고 바라보는 일이며

그렇게 품어낸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이가 사슴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 속에서

사슴과의 만남은 이미 이루어졌음을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하고 더 기분 좋아졌던 책이다.

펑펑 함박눈이 내리는 올 겨울 어느 날,

이 책을 펼쳐보면 멀리서 날 바라보고 있을 사슴 한 마리가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