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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초옥 실종 사건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6
전여울 지음, 가지 그림 / 사계절 / 2023년 1월
평점 :
고풍스러운 배경으로 댕기 머리를 한 여자아이가 양팔을 벌리고
줄 위에 올라타서 사뿐히 걸음을 내딛고 있는 모습의
<윤초옥 실종 사건>은 제목부터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당패 대장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줄타기보다 담장(화장)을 할 때가 훨씬 즐거운 한이해.
태생은 가진 것이 많은 양반이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여인으로서의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워지기를 꿈꾸는 윤초옥.
이해의 어릴 적 친구로 집안 형편 때문에 기녀가 되었지만,
거문고를 연주하는 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홍단.
이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사당패의 줄타기꾼 아들인 이해는 줄타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어느 날 새로운 놀이판을 찾아 들른 마을에서 밤마다 줄타기를 연습하는
여자아이 초옥을 만나게 되며 우여곡절 끝에 초옥의 줄타기 스승이 된 이해.
양반집 아씨가 줄타기를 배운다는 것이 기예를 모욕하는 것으로 생각한 홍단은
초옥에게 열흘 안에 사람들 앞에서 줄을 타는 것으로 진정성을 보이라는 제안을 한다.
초옥은 홍단의 내기를 받아들이고 발이 퉁퉁 붓도록
수백 번 줄에서 떨어지면서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마침내 사람들 앞에서 초옥임을 숨기고 줄타기에 도전하는 날.
이해의 담장 실력으로 변신에 성공한 초옥은 무사히 줄타기에 성공하게 되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담장이 지워지면서 신분이 들통나고 마는데......
이후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용기를 낸 세 주인공과
그들을 사랑하는 부모들의 결단이 감동적인 결말을 이끌어내는
<윤초옥 실종 사건>은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무척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내가 누구든, 무엇을 원하든, 나만의 꿈을 찾는 법을 찾아가는 세 주인공에게
신분과 처지, 성별의 제약을 뚫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게 했던 힘을
이해의 고백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간절히 원하고 마음껏 좋아하는 게 멋진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해와 초옥의 특이하고 별난 일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두 부모님의 마음 역시 감동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었던 지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다움 #꿈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