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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해브와 흰 고래 ㅣ 밝은미래 그림책 56
마누엘 마르솔 지음, 김정하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11월
평점 :
긴 판형인 책 표지를 거의 차지하고 있는 흰고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
<에이해브와 흰고래>의 주인공은 고래 사냥꾼으로
낸터컷섬의 주민이자 피쿼드호의 선장인 에이해브이다.
전 세계의 모든 바다에서도 가장 크고 가장 하얀 고래 모비 딕!
에이해브는 모비 딕이라는 흰고래를 찾아 평생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모비 딕을 만날 수는 없었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도
모비 딕을 찾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세상 끝에서 에이해브가 만났던 거대하고 따뜻했던 얼음이,
폭풍우를 피해 들어갔던 식인종들의 섬이
바로 흰고래 모비 딕이었음을.
“우리가 간절히 찾는 것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흰고래 모비 딕에게 다리를 잃은 후 흰고래에게 집착했던 에이해브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다녔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가까이에 있는데도
정작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던 것이다.
미국 고전 소설인 허먼 멜빌의 역작인 [모비 딕]을 모티프로 한
<에이해브와 흰고래>는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모비 딕]을 흥미롭게 재해석했다.
그리고 원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물론 낸터컷섬, 피쿼드호 등을
그림과 글로 숨겨 두고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자신의 생각과 집착에 빠져 보이는 현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허상만 쫓아가느라 온 힘을 쏟아버린 에이해브 같은 어리석음을
범치 않으려면 현재 살아가며 만나는 삶에 집중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흰고래에 비해 곳곳에 그려진 에이해브의 모습은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
굳이 먼 바다로 나가지 않아도
내 손 닿는 곳에 따뜻한 흰고래 모비 딕이 있었지 않았던가?
다만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린 그 순간이
내가 그토록 바라던 소중한 시간은 아니었는지...
자꾸 내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들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