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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멩이 ㅣ 올리 그림책 23
사카모토 치아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2년 10월
평점 :
앞 면지 한 귀퉁이에 놓인 고양이 사료가 가득 담긴 그릇이
뒷 면지에서는 사료 몇 알만 남긴 채 깨끗이 비워져 있다.
<나는 돌멩이>를 읽기 전엔 무연고 고양이들을 돌보는 이야기인가? 했었는데
읽고 나서보니 상대에게 베푼 작은 관심과 사랑이
희망과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포근하게 덮어주는 이야기였다.
안녕, 반가워, 오늘은 어땠어?, 잘 먹을게, 고마워, 기뻐, 잘 자 등
일상에서 쓰는 상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입을 꾹 다문 채 마음 문을 닫아 버린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준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한 자리에 앉아 소리 한마디 뱉어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안으로만 삼켜버리고 마는 돌멩이처럼
외롭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모든 이들에게
굳게 입을 다물어 버리고 몸 안 깊숙이 말을 삼켜버리는 고양이는
어느 날 먹이를 들고 나타난 소녀의 말 한마디에 변화를 일으킨다.
“안녕”
첫 마디 인사말과 정성껏 준비해 준 먹이를 먹던 고양이는
더 먹고 싶다는 간절한 갈망을 담아 큰 소리로
“더 더 더 먹 고 싶 어”라고 말한다.
드디어 몸 안 깊숙이 숨겨 뒀던 말을 밖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무심한 척 대했던 돌멩이에게 잘 지내라고 말한다.
따뜻한 관심과 환대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외로울까봐, 상처받을까봐 먼저 다가가기를 두려워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힘들어 했던 고양이가
먼저 돌멩이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이라서 좋았다.
종이판화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제작된 <나는 돌멩이>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마음 따뜻한 고양이 집사들이 많아진다면 길냥이라 할지라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묘생의 삶을 살아가며 침묵했던 고양이와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의 수다가 기대되는 책이다.
벌써 조잘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