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바다가 좋아
정혜경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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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추억이 깃든 장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학교 옆에 있던 논이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짚단이 수북히 쌓여있었고

우리는 점심시간이나 하교 후에 그 속에서 소꿉놀이를 했다.

까끌거리는 지푸라기가 옷을 뚫고 들어와 여기 저기 숨어

몸을 간지럽게 해서 귀찮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노는 중에는

그런 게 문제 될 이유가 없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쌀쌀한 바람에 땀이 식어 몸을 웅크리며 책가방을 챙겼던 기억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코끝에 남아 있는 지푸라기 냄새와 함께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만큼 신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었나 보다.

 

<엄마는 바다가 좋아> 주인공 엄마는 제목 그대로 바다를 너무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쭈욱......

그런데 살펴보니 바다를 좋아하는 엄마의 기억 속에 딱히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었다.

바닷가에 놀러 가서 부모님을 잃어버렸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서운 일을 겪었는데도 엄마는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엄마, 아빠를 떠나와 길을 잃어버린 어린 엄마에게

바다에서 만난 조개 캐는 아주머니들의 살뜰한 보살핌은

무서움과 공포심마저 삼켜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길을 잃고 울고 있는 꼬마 아이를 안심시키고

부모님이 데리러 올 때까지 서로 보살펴 주신 따뜻한 기억이

바다를 두려움의 장소가 아닌 늘 힘이 되는 장소로 기억하게 된 것이다.

 

바다가 왜 좋으냐고?” 문든 딸 아이에게

엄마에게 바다는 참 따뜻해라고 대답하는 엄마에게

바다는 다시 힘을 얻고 일상의 삶을 살아낸 용기를 충전 받는 곳이었다.

 

자신만의 따뜻한 기억을 소환하고

지친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당장 떠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곳은 바로 자신을 충전!” 시키기 딱 좋은 장소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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