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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ㅣ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김병하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8월
평점 :
바쁜 세상에서 정신없이 살다 보면
하찮고 작은 것들에 대해 무심해지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베란다 화분에서 수줍게 피어있는 꽃을 발견했을 때,
학교 텃밭의 사과나무에 해충이 잔뜩 끼어 잎은 말라지고 거미줄 투성일 때,
여름이 다가오는데 겨울 실내화를 꺼내 싣는 아이를 봤을 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 쓰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순간에 대한
주인, 어른으로서의 미안함과 속상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작고, 여리고, 약한 것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따뜻한 그림과 글로 역어 낸
김병하 작가의 <미안해>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런 마음이다.
자신이 가꾸는 텃밭 작물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는
김씨 아저씨 눈에는 온통 텃밭 채소만 보입니다.
텃밭의 작물을 수확해 돌아오던 중에 무심코 밟은 길가의 민들레를 발견하고
미안함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아...
니가...
거기 있었구나....’
앞만 보고 달리느라 의식도 없이 밟아댔던 내 발걸음에 치어
부러지고, 떨어지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민들레에게 보내는
작가의 미안함과 부끄러움, 자책 등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오갔을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이 됐다.
내 것에만 집중하고 공들이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귀히 여기고 늘 바라봐 주는 시선의 부재가
사람을 참 부끄럽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상처난 민들레 주위에 동그랗게 돌담을 쌓아주는 마음은
김씨 아저씨의 사랑이었음을 기억한다.
어디 동, 식물에게만 그랬을까?
내 주변에 있는 약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함으로써
그들에게 마음 아픈 상처를 주지나 않았을지
조심스럽게 나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따끔하면서도 따뜻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