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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ㅣ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평점 :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 동안 가장 인기 있었던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사람들이 쉼과 일상의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내어 주는 섬, 제주도.
하지만 그 아름다운 섬에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음이 부끄러울 정도로 근현대사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제주 4.3항쟁에 대한 역사적인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10여년이 조금 넘은 때였던 것 같다.
연수원에 근무하며 제주 4.3항쟁에 관한 연수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고
자세히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사실에 부하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었다.
제주에서 진행된 연수 중 한OO 장학사의 강의는 너무너무 충격적이었고,
그 고통의 장소와 순간들을 보고 들으며 그동안 아름답기만 했던 제주가 아픔의 섬으로 다가왔었다.
내가 서 있던 그 장소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어 갔던 많은 영혼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을 뿐 내가 뭘 해야 하나? 라는 숙제를 안고 왔던 시간이기도 했었다.
너븐숭이 기념관에서 만났던 그림 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죽은 어미의 저고리를 풀어 젖가슴을 찾던 아이의 그림...
이렇게 아픔의 섬 제주를 기억하기에 충분한 책 <섬, 1948>은
<강을 건너는 아이>로 잘 알려진 심진규 작가의 역사 소설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사형 집행 1호로 역사에 기록된
문상길과 손선호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씌여진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분, 제주 4.3민중 항쟁을 기억해 주십시오. 희생자들이 살아서 돌아올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기억에서 잊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해야 할 숙제를 찾아 낸 기분이 들었다.
4.3항쟁에 대해 말하고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
이것이 내가 빚진 마음으로 찾아낸 숙제이다.
진수와 친구들에게
진숙과 순옥에게
기욱과 상길과 선호에게
잊지 않겠다고, 기억하고 전하겠다고 다짐하며 이 책을 덮었다.
흰 눈밭에 쓰러진 선량한 시민들의 붉은 피가
벌겋게 피었다가 툭 떨어지는 동백꽃을 닮았다고 해서 4.3항쟁을 동백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제주 4.3항쟁을 기억하기 위한 그림책이며 소설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