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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ㅣ 반달 그림책
정은선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2년 7월
평점 :
어릴 적 엄마는 방 안 윗목에 콩나물 시루를 놓고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옹기 시루에 지푸라기를 깔고 불린 메주콩을 펼쳐 놓고 검정 광목천을 씌운 후
수시로 불을 부어 주면 어느새 노란 머리를 내밀며 콩나물 싹이 나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간다.
이 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하나 있다.
그건 콩나물 시루에 빛이 들어가게 하면 안되는 것이다.
노란 콩나물을 지켜내는 비밀이기도 하다.
검은 천을 뒤집어 씌운 콩나물 시루처럼 까만 바탕에
노란 콩나물 머리와 하얀 줄기가 어울려
콩나물이라고 쓰여진 표지 그림이 독특하고 인상적인 <콩나물> 책을 읽었다.
콩나물을 연상시키는 단순화된 그림과 타이포그라피를 통해 보는 재미를 더해 주는 책이다.
시루 속에 꽉꽉 채워진 콩나물을 표현한 장면은 정말 콩나물 시루 속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즐겁고 유쾌한 그림들이 캐스터네츠도 되고, 가로등도 되고, 밤하늘을 가르는 별똥별도 되며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서로서로가 하나로 뭉쳐지고 함께할 때, 또 각자의 개성을 살린 그대로의 콩나물의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다가 검은 천을 걷고 밖으로 나왔을 때 환한 노란 바탕에서 함께 어울어지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빡빡한 콩나물 시루 속에서 답답함을 이겨내고 함께 성장하는 콩나물처럼
우리들도 서로에게 빡빡한 일상을 견디며 기댈 수 있는 한 줄기 콩나물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답답할 때, 우울할 때, 혼자인 듯한 느낌이 들 때
마음 속 <콩나물>의 검은 천을 걷어 보면 힘이 날 것 같다.
으쌰으쌰 응원하는 노란 물결을 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