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야 부탁해 섬아이 1
황현희 지음, 유진아 그림 / 섬집아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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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낮은 동산 같은 곳으로 아침 운동을 나간다.

요즘 여름이라 부쩍 더 사람들이 많아져 좁은 오솔길을 걷다 보면 뜻하지 않게 앞사람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어느 순간 살짝 민망한 소리를 듣게 될 때가 있다.

냄새를 피해 얼른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가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는 게 사실이다.

자연적인 현상인데도 어쩐지 드러내기 부끄럽고 창피한 느낌이 드는 방귀.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소리 없이 조용히 해결해야 할 것만 같다.

오죽하면 친밀함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방귀를 트는 사이인지 아닌지로 구분하겠는가?

심지어 보통 사람들이 하루에 15~20번씩 방귀를 뀌기도 한다고 하니 말이다.

그때마다 숨을 수도 없고, 대놓고 시원하게 뀌기도 민망한 이 방귀를 소재로

재미있는 그림책이 나왔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방귀인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방귀야 부탁해>는 행복할 때마다 찾아오는 방귀와 비밀 친구를 하기로 한 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는 부모님께 비밀 친구를 소개하고 싶어 뿡뿡거렸는데 부모님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알까 봐 전전긍긍하고 숨기려고만 하는 걸 보고 집에서 아무 때나 뿡, , 뽕 신나게 방귀를 뀌던 엄마 아빠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비밀 친구를 소개했지만 친구들은 놀리기만 한다. 결국 아이는 비밀 친구가 나오지 못하도록 무릎을 꿇고 발뒷꿈치로 막아 버립니다. 아이의 얼굴이 벌개지고, 배가 빵빵히 부풀어 오르면서 마침내 비밀 친구는 폭발하고 만다. 그리고 폭발하면서 엄마, 아빠도 날려 버리고 친구들도 날려 버린다. 그 뒤로 엄마, 아빠,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방귀를 뀌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또 다른 비밀 친구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또 다른 비밀 친구의 정체는 책을 열면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방귀는 부끄러운 것이야. 더러운 것이야.” 라고 단정 지어 표현하는 어른들의 말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까지 부정당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느낄 수 있는 해방감과 자유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기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정받고 격려받을 수 있다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더욱더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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