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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심부름 ㅣ 키다리 그림책 64
홍우리 지음 / 키다리 / 2022년 3월
평점 :
아이들의 감정 변화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그림책을 만났어요.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발히 활동하시는 홍우리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데,
전공을 살려 멋진 작품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할 때가 있지요.
혹시 실수했을 때의 기분을 기억하세요?
전 실수 했을 때를 떠올려 보니
어떻게 하지? - 당혹감,
미치겠다 – 창피함,
내가 왜 그랬을까? - 후회감,
나란 사람은 왜 이러는 걸까? - 우울감 등
아주 여러 가지 감정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맡겨진 일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 첫 심부름에서 실수를 했다면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작가님의 어린 시절 경험을 되살려 썼다는 이 이야기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따라 주인공과 주변 사물들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그런 그림의 변화를 살펴 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첫 심부름을 나선 아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길가의 고양이와 한참을 놀기도 하며 드디어 할머니 댁에 도착했어요.
할머니가 아끼는 접시를 가져다 드리려고 온 건데 할머니 댁엔 아무도 없네요.
계단을 오르다 고양이에게 놀라 그만 접시를 놓치고 말았어요.
“쨍그랑”
접시 깨지는 소리에 놀라 심장은 개미만큼 작아졌고
하늘에 떠 있던 걱정 구름은 점점 커지며 아이를 쫒아 옵니다.
나팔꽃도 커다란 나팔만 해져서 아이에게 소리쳐요.
“우리가 다 봤어. 네가 그랬잖아?”
“할머니 그릇을 깨뜨린 거라고!. 네 탓이야~!”
화단의 맨드라미도 붉은 얼굴로 아이를 괴롭혔구요.
아이는 집에 가보리고 싶었고, 거짓말도 하고 싶었지만 속상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났지요.
아이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요?
상황에 따라 부인⟶분노⟶타협⟶우울⟶직면⟶수용해 가는 아이의 심리를 그림으로 너무 잘 표현해 주신 작가님 덕분에 재미있는 심리책을 한 권 읽은 느낌이 들었어요.
놀라고 불안해서 위축 되어져 가는 아이의 모습은 물론
용기를 내 자신의 마음을 정하고 다시 회복 되어져 가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한 장면은 정말 멋졌답니다.
그리고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아이의 안부를 묻는 할머니의 모습은
아이가 살아가며 힘들 때마다 두고두고 다시 찾을 따뜻한 아랫목 같은 품이 될 것 같아요.
조각난 접시도 잘 맞춰 붙이면 또 다른 역할을 할 그릇으로 다시 태어나듯이
그때그때 생겨난 두려움, 당황감, 우울감 같은 감정도
자신이 먼저 알아채 주고 다독여 주면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해 준다면
우린 언제나 우리에게 주어진 크고 작은 심부름을 클리어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