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 시간이 떠나요 ㅣ 딱따구리 그림책 32
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이보현 옮김 / 다산기획 / 2022년 1월
평점 :
붙잡아 놓은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시간이죠.
우리가 살아 낸 수많은 시간 중에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순간도 있고
할 수만 있다면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도 있을 거예요.
제가 기억하는 소중한 시간 중 하나는 첫 발령을 받고 멀리 무주에서 생활했던 2년여 시간이 떠오릅니다. 4학년을 담임했었는데 숙제를 안 하면 학교에 안 오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1교시에 그 아이를 찾으러 학교 앞 냇가에도 가보고 어떤 날은 집으로 데리러 가기도 했지요.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돌아보면 의욕만 앞서 배려가 부족했던 초보 교사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나의 첫 아이들과의 추억은 소중하게 남아 있어요.
지금은 벌써 중년을 행해가는 나이들이 되었겠지만
그 친구들도 저와의 시간을 가끔이라도 떠올려 줄지 궁금합니다.
우린 가끔 일상 속에서 시간을 말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라도 시간을 흘려 보내야 해”
“시간을 때우는 중이지”
“시간을 죽이는 중이야”
모두 긍정적인 표현이 아니지요.
이 책의 주인공인 시간은 사람들이 쓰는 이런 표현들을 듣고 더 이상 머물 수 없다고 라라에게 말하고 떠납니다.
라라는 곧 시간을 쫓아 나가지만 시간을 만날 수는 없었어요.
시간을 봤냐는 라라의 물음에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요.
“방금봤지” “아니, 어제 봤나?”
“아니야, 지난주에 봤을걸?” “아니지, 내일은 되어야 오지 않을까?”
“시간은 돈이란다”
무심코 사용했던 시간에 관한 말들...
시간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시간을 평가하죠. 그리고 본인들이 기억하는 순간에만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요. 우리 모두는 누구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어요. 다만 우리가 의식할 때 시간은 우리 곁에 머물기도 하고 흘러가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한다는 것이겠죠? 우리에게 지난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을 선물해주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묵묵히 함께 해 준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친구를 시각적으로 상상하게 해 준 멋진 책이였어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