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도 웁니다 - 마로니에 나무가 들려주는 한 소녀 이야기 날개달린 그림책방 7
이렌 코앙-장카 글, 마우리치오 A.C. 콰렐로 그림, 염명순 옮김 / 여유당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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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시골 마을 어귀에 당당하게 서 있는 보호수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뭔지 모를 신비함 마저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보호수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쓰다듬게 된다.

우리학교에도 운동장 한 켠에 200년이 넘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이 나무 밑 공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유당에서 출간된 책 중에 나무들도 웁니다라는 책이 있다.

목탄으로 그려진 한 나무에 빨간 단풍잎이 몇 잎 매달려 있기도하고 아래도 떨어지기도 하는 표지 그림을 보니 겨울 초입으로 들어가는 시기인 것 같다.

 

안네의 일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은 안네의 은신처였던 암스테르담 프린센흐라흐트 263번지 뒤뜰에 서 있던 마로니에 나무가 2년 동안 보아왔던 13살 소녀 안네의 삶을 말하고 있다.

유대인이었던 안네와 가족들이 유대인은 해서는 안 되는 수 많은 일들을 참아가며 버텨내던 시간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훈장처럼 노란 다윗의 별을 달고 다니며 자신들이 유대인임을 드러내 놓고 조롱과 멸시를 견뎌내야 했던 시간도 잠깐, 유대인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숨어 살 수 밖에 없는 위기를 맞는다. 그런 이유로 안네도 마로니에 나무가 보이는 집으로 숨어 들어왔다.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하늘과 햇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일기장에 기록하는 안네를 지켜보며 나무는 묵묵히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을게다. 어쩌다 창문 밖으로 안네의 얼굴이라도 보일라치면 나무는 가지를 흔들어 살랑거렸을 것이고, 온 기운을 끌어 올려 예쁜 꽃도 피워냈겠지.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던 나무는 194484, 안네의 집으로 쳐들어온 경찰들에 의해 이 집에서 안네가 사라져간 것도 지켜봐야만 했다. 안네가 사라진 작은 창문을 바라보며 말 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나무는 2010824일 폭풍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안네 프랑크 나무는 눈 하나를 떼어 내 쓰러진 그 자리에 다시 심는다.

그리고 땅 속 깊이 뿌리 내리고 자라가도록 누군가는 또 물을 주며 보살펴 주는 그림으로 책은 끝나지만 이 책을 통해 역사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끝난 대통령 선거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도, 역사의 긴 흐름 속에 들어 갔고 그 역사를 지켜보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를 염원하는 모두의 마음들이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음을 생각했다.

 

사람이 아닌 자연 환경의 하나인 나무의 시점을 통해 인간들의 탐욕과 생명을 멸시하는 비극적인 전쟁의 아픔을 묵묵히 바라보며 안네의 삶을 응원하고 희망을 전해주는 이야기에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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